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최저임금 인상,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벨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100조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머니S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자영업자를 만났다.<편집자주>


자물쇠로 굳게 잠긴 노량진의 한 상가. 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자물쇠로 굳게 잠긴 노량진의 한 상가. 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편의점이 어렵다고요? 우린 어떡하라고…."
주말인 지난 7일 기자는 충북 옥천에서 슈퍼마켓을 찾았다. 슈퍼마켓 주인인 A씨(50대 추정)는 '손님이 자주 오는 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이곳에서 14년간 슈퍼마켓을 운영했다는 그는 "5~6년 전에는 과자·음료를 사는 학생, 채소나 달걀을 사는 주부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이 인근에 생긴 이후에는 손님이 아예 오지 않는다"며 "담배를 사러 가끔 놀러 오는 손님들도 요새는 편의점으로 가더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B씨(남·61)는 "최저임금을 떠나서 원래 장사가 잘 안된다"며 "출퇴근길 음료를 구매하려는 직장인들도 카페나 편의점으로 간다.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열지만) 장사를 하는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머니S가 찾은 세곳의 슈퍼마켓은 모두 학교 인근에 위치했지만 사람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상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의 말처럼 담배를 찾는 손님이 있긴 했지만 이마저도 딱 2명이었다. 편의점과 온라인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이 설 곳은 사라진 듯했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이 없음. /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이 없음. / 사진=뉴스1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지 6개월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동네 슈퍼들은 아르바이트 인원·시간을 줄이고 밤낮없이 직접 일해보지만 이익은 뒷걸음질이라고 하소연한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동네 슈퍼마켓에 비하면 호황이라는 의견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보다 2.4포인트 하락해 1년2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10년 동안 개인사업자의 단순 폐업률(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평균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작은 슈퍼뿐 아니라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우에도 역성장세가 뚜렷했다. 업계 전반에 걸쳐 구매건수 감소세가 이어졌다. 대형마트보다도 매출이 적은 슈퍼마켓은 아예 축에도 낄 수 없다.

반면 백화점업계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일 백화점 매출 상위 3사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대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 매출이 3.2% 성장했고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4.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3.4% 늘어났다. 이마트는 지난 1~5월 3.7% 신장했는데 이는 신규사업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와 온라인 이마트몰의 고신장세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청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바닥"이라며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 실제 소상공인 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