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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3년 전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이다. 금융권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을 때 성동일 과장처럼 많은 은행원들이 명예퇴직에 나섰다. '평생직장'을 떠난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졌지만 고액의 특별퇴직금을 받아 노후를 설계할 수 있었다.
30년이 지난 후에도 은행권에는 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은행이 통·폐합 되면서 구조조정을 이뤄졌고 지금은 디지털금융 바람에 일자리가 사라져 은행원들이 짐을 싸고 있다. 퇴직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고액의 특별퇴직금을 받고 퇴직하는 모습은 예전과 비슷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연초 은행권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면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은행에서만 20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에서 명예퇴직자 1690명에 지출한 특별퇴직금은 총 6637억원이다. 명예퇴직자 1인당 3억9272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KB국민은행 희망퇴직 신청자는 6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자 407명보다 50% 늘어난 수준이다. 이번 희망퇴직자는 월평균 임금의 21∼39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받고 자녀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23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신한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월급의 8~36개월치를 준다. 여기에 자녀 대학학자금 최대 2800만원, 전직·창업 지원금 1000만원 등을 추가로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자 500명 중 400여명이 신청했다. 우리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월평균 임금의 36개월치를 준다. 중학교 이상 자녀 1명당 학자금 2800만원과 재취업 지원금 명목 2000만원 등도 지급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597명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명예퇴직을 마무리했다. 명예퇴직 조건으로 20~36개월치 특별퇴직금 지급을 내걸었다. KEB하나은행은 희망퇴직 시 최대 31개월치 월급을 지급한다. 또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급한다.
금융권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중장년 은행원의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은행에 눈치 안 줄 테니 희망퇴직과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하면 10명이 퇴직할 때 7명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금을 주는 퇴직문화가 정례화되면서 은행원들 사이에는 명예퇴직 순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풍조마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시대에 다양한 금융기술이 은행원을 대처하면서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는 분위기"라며 "고액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 때 떠나자는 사람들이 늘어 임금피크제에 진입한 중장년층의 희망퇴직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시대에 다양한 금융기술이 은행원을 대처하면서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는 분위기"라며 "고액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 때 떠나자는 사람들이 늘어 임금피크제에 진입한 중장년층의 희망퇴직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