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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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모씨는 퇴근 후 종종 ‘홈술’을 즐긴다. 주로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매하지만 냉장고에 술이 떨어지는 날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음식과 함께 술이 집으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배달음식 주문시 소주와 맥주 가격은 병당 4000원 수준. 김씨는 “대형마트 배송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은 배송인데 배달 앱은 되고 온라인 마트는 안 되냐”고 토로했다.
신선식품배송에 새벽배송, 당일배송까지 배달의 영역은 끝도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배달 분야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이 있다. 바로 주류다.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주종은 전통주뿐이다. 맥주나 소주 등을 배달시켜 먹으려면 반드시 음식점을 통해 배달시켜야 한다. 술은 왜 인터넷 판매가 안되는 걸까.

◆배달은 허용되는데… 마트 배송은 왜?

현행 주세법은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온라인(통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가짜 술 유통과 청소년 음주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전면 금지는 아니다.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전통주에 한해 예외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전체 주류 시장의 0.3%에 불과한 전통주 시장을 보호하자는 차원이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경우에도 주류 판매가 가능하다. 2016년 7월 국세청은 음식점에서 음식과 함께 주문받은 주류를 배달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는 생맥주도 배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이전까지 배달음식 주문시 주류는 캔맥주나 병맥주 등 완제품에 한정해 배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외식업계가 영업 불편을 호소하면서 규제가 완화됐다.


이처럼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배달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달앱에서 주류를 구입할 때 성인 인증을 하듯 온라인을 통해서도 청소년의 주류 구입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도 뒷받침되고 있다. 

◆온라인 주류 판매, 찬반 입장 팽팽 

주류 온라인 판매 확대에 대한 업계 입장은 엇갈린다. 온라인 쇼핑업계는 주류 전체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차별을 없애고 소비자들의 이익을 도모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온라인 주류 판매 확대에 관한 대한유통산업연합회의 규제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협회는 온라인 주류 판매 허용 범위에 와인 등 저도주를 포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청소년들이 쉽게 주류를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류 판매 수입에 의지하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 영세 중소유통상인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지난달 간담회를 열고 “중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퍼체인조합에 따르면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연간 14조원으로 소매점별 판매량은 슈퍼마켓 40%, 편의점 33%, 대형마트 27% 등이다. 하지만 전체 주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다면 판매채널, 점유율 등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권영길 수퍼체인조합 이사장은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한다면 청소년의 술 구매가 쉬워지고 그에 따른 폐해도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슈퍼마켓 등 영세 중소상인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