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450조원 IoT 눈길
매년 20% 성장하는데… 구멍 뚫린 보안

지난 7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CES 2020 삼성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IoT 허브 기기를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로 연동하는 모습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7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CES 2020 삼성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IoT 허브 기기를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로 연동하는 모습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집안의 센서가 공기질을 측정해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고 온도와 습도, 일조량을 파악한 뒤 식물에 적절한 양의 수분을 공급한다. 집안에 사람의 위치에 따라 조명을 알맞게 조절하고 반려동물의 사료도 스스로 공급한다.
2010년대 중반 등장한 사물인터넷(IoT)은 더이상 놀라운 기술이 아니다. 그간 IoT는 가전제품을 비롯한 각종 사물에 자리잡으며 대중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IT자문기업 가트너는 “2020년 엔터프라이즈와 자동차의 IoT 엔드포인트 개수는 2019년보다 21% 늘어난 58억개에 이를 것”이라며 “총 시장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3890억달러(약 453조7685억원)에 달할 것”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IoT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해 상용화된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 점차 확산되면서 뜬구름 잡던 허무맹랑한 기술인 IoT가 점차 실생활에 다가오는 모습이다.

◆표준세우고 5G 지원사격까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0에서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각종 IoT 기기가 등장했다. CES의 터줏대감인 삼성전자는 IoT가전을 통해 스마트홈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고 현대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UAM’에 IoT를 적용해 탑승자의 편의성을 확보했다. CES에 처음 진출한 카카오IX는 카카오프렌즈 홈킷을 통해 생활에 밀접한 IoT를 선보였다.


이번 CES에서는 IoT 국제표준이 처음 상용화되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국제표준의 수립으로 가전제품 제조사에 관계없이 제품을 연동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 LG전자의 IoT플랫폼 ‘스마트씽큐’와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가 서로 연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CES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 LG전자,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업체를 주축으로 구성된 ‘오픈커넥티비티파운데이션’(OCF)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표준 상용화를 공식발표했다. OCF는 전세계 45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하는 IoT 연합으로 국제표준 수립을 추진해왔다.

IoT 국제표준 수립으로 생태계 확장은 한층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별도의 플랫폼 개발과 생태계 구성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IoT시장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됨은 물론 IoT 제품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50조 시장’ 사물인터넷이 뜬다

지난해 상용화를 시작한 5G도 올해 IoT가 한층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5G의 특성인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 등을 활용해 IoT가 기존과 다른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IoT라 할 수 있는 ‘대규모 IoT’에서는 초저지연과 초연결이 핵심 기술이다. 5G 이전 시대의 IoT는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센서네트워크’(USN), ‘사물통신’(M2M) 등에 그쳤으나 5G가 상용화 되면서 1㎢ 면적안에 100만개의 기기를 연결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4G vs 5G Massive IoT Connection density’라는 보고서를 통해 “5G 환경에서의 IoT는 사람이 휴대하는 단말기 뿐만 아니라 생활 속 모든 단말·기기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하는 초연결 네트워크 환경이 가능하다”며 5G가 IoT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커지는데 보안 대책 ‘미흡’

IoT의 연결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수록 문제도 광범위하게 발생해 확실한 보안대책이 요구된다. 업계는 초연결이 두드러지면서 사이버 공격 위험이 일상에 상시 존재하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2020년 IoT 보안위협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50조 시장’ 사물인터넷이 뜬다

김무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위협정보활용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KISA가 주최한 ‘2020년 보안전망’ 행사 자리에서 “IoT 보안위협은 지금까지 해외에서 주로 발생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IoT 기기 전용 보안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IoT의 네트워크 통신 자체가 보안에 중점을 두기보다 최적화와 효율성을 우선 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뇨 환자의 몸에 부착해 인슐린 수치를 관리하는 IoT 의료기기에서 취약점이 발견됐다. 공격자가 인슐린 펌프를 제멋대로 조작하면 환자의 혈당 조절이 불가능해지고 심각한 경우에는 쇼크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중국 전자장비업체 샤오미가 선보인 가정용 IoT와 반려동물 급식기에서도 취약점이 발견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IoT 취약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분산거부서비스(DDoS·디도스) 공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IoT 장비를 악용한 변종 코드의 등장이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유발하고 공격 대상과 IoT 장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IoT 장비가 금증하고 있지만 보안 측면에서는 아직 뚜렷한 변화를 찾을 수 없다”며 “보안 우려를 낮춘 IoT 환경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의 출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20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