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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의 ‘숫자카드 V4’ 시리즈. 숫자카드 V의 특징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응용해 다섯 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적용했다는 점이다./사진제공=삼성카드 |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입니다. 연결과 확장을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상품과 서비스를 본격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올해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 속 공통된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혁신의 방법론 중 하나로 거론된 것이 ‘초개인화’다. 초개인화란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기업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카드사에게 초개인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금융당국의 마케팅 비용 감축 압박,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 수익성 가이드라인 시행 등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을 정면 겨냥한 ‘취향저격 카드’(이하 취저카드)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는 카드사의 노력을 신상품 중심으로 알아봤다.
◆ 이제는 ‘혜자’ 대신 ‘취저’카드
저렴한 연회비 대비 풍성한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던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카드)가 귀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말부터 카드사들이 상품을 출시할 때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담지 못하도록 하는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까닭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수익성 분석체계로 상품 수익성은 개선되고 업계의 출혈 경쟁 감소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타 카드사와 경쟁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차별성을 가진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지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앞으로 어떤 카드가 혜자카드의 자리를 대체할까. 요즘 대세는 취향저격 카드다. ‘내 소비생활에 찰떡인 혜택’이 카드 경쟁력 구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독경제 특화 카드를 꼽을 수 있다.
구독경제 대상업종이 기존의 가전 렌탈에서 디지털 콘텐츠 구독서비스로 확장되고 이용자도 늘자 카드업계도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용자는 정기결제로 필요한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할 수 있고 카드사는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다만 카드사별 주안점은 조금씩 다르다. 신한카드는 렌탈·생활 월납·디지털 구독 3가지 영역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딥원스 카드’와 ‘딥원스 플러스 카드’를 출시했다. 국민카드의 ‘KB국민 이지 링크 티타늄 카드’는 정기결제에 특화된 상품이다. 특히 음원사이트 및 가전 렌탈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특정 세대를 공략했다. 현대카드는 ‘디지털 네이티브층’을 타깃으로 한 ‘현대카드 디지털 러버’를 출시했다. 이 카드엔 각기 다른 혜택을 기본·구독·선물이라는 3개 층으로 구성해 이용자의 서비스 활용도에 주안점을 둔 3F 시스템이 탑재됐다.
삼성카드는 보다 다양한 세대를 포섭했다. 삼성카드는 생활비 자동납부 혜택 및 디지털·온라인 서비스 혜택을 강화한 ‘숫자카드 V4’ 시리즈를 선보였다. 숫자카드 V의 특징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응용해 다섯 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3040 기혼남성, 교육비 지출이 높은 기혼 여성 등으로 타깃을 나눠 혜택을 세분화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식이다.
특정 구독시장에 집중한 상품도 있다. 하나카드는 중고 자동차 구독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는 ‘트라이브 애니 플러스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로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할인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뷰티·헬스케어 전문기업 셀리턴과 함께 셀리턴의 뷰티 기기 렌탈료 할인에 특화된 ‘셀리턴 우리카드’를 선보였다.
이 같은 취향저격 카드는 시장 수요에 부합하면서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려는 카드사 노력의 결과물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 리서치, 트렌드 보고서 등을 근거로 시장과 타깃을 설정한 후 상품 특성에 맞춰 빅데이터, 구글 애널리틱스 등 분석방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거스를 수 없는 초개인화의 물결
카드 디자인도 경쟁력이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펭수 노리 체크카드’와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종 간편 결제가 상용화된 와중에도 예쁜 디자인이 적용된 실물카드가 소비자의 소유욕을 일깨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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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B국민카드의 ‘KB국민 펭수 노리 체크카드’와 NH농협카드의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 두 카드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사진제공=각 사 |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펭수의 인기와 개성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성향이 맞물려 펭수 카드가 인기를 끌었다“며 ”선호하는 캐릭터를 카드로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인 혜택 제공 대신 ‘제3의 노선’을 채택하는 업계의 노력은 ‘팬덤카드’에서도 발현됐다. 하나카드는 SM브랜드마케팅과의 제휴를 통해 SM 공식스토어 할인에 특화된 ‘SMTOWN &STORE 하나카드’를 출시했다. 하나카드 측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팬덤 문화에 친숙하고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2030을 정조준하는 ‘핀셋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 상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가 JYP엔터테인먼트와 출시한 ‘신한카드 JYP Fan’s EDM 체크카드’는 상징성 있는 상품이다. 기본형, 갓세븐, 데이식스, 트와이스 등 4종류로 구성된 이 카드는 아티스트 로고와 응원봉 색상으로 디자인됐다. 또한 결제 시 일정비율이 기부금으로 적립된다. 신한카드 측은 팬에게도 사회공헌에 동참할 기회를 열어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카드업계의 초개인화 흐름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데이터3법의 통과로 카드업계가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와 유통, 통신 등 이종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정교한 마케팅을 펼칠 길이 열린 덕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미국의 카드사 ‘캐피털원’처럼 맞춤형 금융상품이 쏟아질 수도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최대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리는 방향으로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타깃 고객 선호도가 높은 서비스에 최대한 집중하는 방향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