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까지 내가며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4월13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은 20조원을 기록했고, 같은날 예탁금은 44조원을 넘어섰다. 올 초(1월2일) 대비 각각 2배, 1.5배가 늘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에 대한 진단과 함께, 향후 변수 발생 시 나타날 부작용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Cover Story-동학개미운동의 명암] ③ 동학개미운동 중심축 '삼성전자', 중장기적 전망은?

삼성전자/사진=뉴스1 DB.
삼성전자/사진=뉴스1 DB.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증시가 폭락하자 ‘주알못’(주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 직장인 박새롬씨(35·가명)는 인터넷을 통해 비대면 증권사 계좌를 개설했다. 그는 곧바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생애 첫 매입 주식으로 삼성전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망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삼성전자 주가가 제자리를 되찾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레 생긴 학습효과다.

#. 직장인 김철수씨(33·가명)는 올 초 6만원대에서 지난달 4만원 초반까지 떨어진 삼성전자 주식을 ‘줍줍’(줍고 줍는다)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 초저점 매수를 노려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릴지 지금이라도 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최근 다시 4만원 후반대까지 오른 것을 보면 선뜻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 자칫 뒤늦게 뛰어들었다 주가가 요동치면 그만큼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소위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사랑은 상상 이상이다.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Bye Korea)를 외치며 한국을 떠나가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사 모았다. ‘동학개미운동’은 곧 ‘동학삼전운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 동학개미운동의 중심축 ‘삼성전자’… 1분기 깜짝실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4월14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7조8191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 전체 순매수(24조4786억원) 금액의 약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잠정치는 6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5조원으로 4.98%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3~5%가량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5조7000억~5조8000억원이었지만 반도체 부문의 구조적 개선세가 예상을 능가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 발표 후부터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실적이 나온 지난 4월7일 장중 한때 5만2000원까지 올라 올 3월16일(장중 기준)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5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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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 ‘껑충’… 외국인 매입, 개인 차익 실현
국내 증시에서 연일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도 최근 삼성전자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3월 한달간 삼성전자 주식만 4조9515억원가량 팔아치운 외국인은 4월 들어 7일부터 10일까지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1789억원으로 크진 않지만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4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것은 지난 2월 초 이후 2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개인들은 주가(종가 기준)가 상승한 지난 6일(4만8700원)과 7일(4만9600원) 각각 3350억원, 957억원을 순매도하며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급등한 3월24일에도 280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개인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며 “시장에 개인자산이 워낙 많이 유입돼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개인들의 삼성전자 매집이 두드러지자 한국투자증권은 4월3일부터 단일 종목을 시장 상황에 맞게 분할 매수하는 ‘한국투자국민기업랩(삼성전자) 타입 A/B’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지만 언제 어떻게 사야 할지 모르는 투자자를 겨냥했다. 타입A는 현재의 삼성전자 주가 수준에서 매수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이다. 가입 직후 투자액의 70%를 먼저 매수한 뒤 나머지 30%는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타입B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한다.

증권가 ‘삼성전자’ 목표가 제각각… 중장기적으론?
그렇다면 삼성전자 주가 전망은 어떨까. 증권가에선 목표가가 제각각이다. 대부분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스마트폰과 가전 등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 

이에 IB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각각 6만6000원, 6만원으로 내놓았다. 이외에도 하이투자증권은 6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대신증권은 6만8000원을 유지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중국시장 비중이 낮아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적겠지만 2분기에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금 시점이 주식 매입 적기라는 것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목표치에 모자라는 7조3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5%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그는 “현 주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