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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준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중개수수료가 가장 높은 요기요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사정을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기도 한다”며 “원재료값에 부자재값, 세금 내고 배달 플랫폼에서 수수료로 떼가면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적정 수수료 ‘동상이몽’… 그 피해는?
그렇다고 업주들이 ‘NO 수수료’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정한 기준’에 관해 업주들과 배달앱간 온도차가 크다. 한 소비자단체가 음식점주와 소비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배달 앱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이 원하는 배달앱 적정 수수료는 평균 3.5% 남짓. 실제 수수료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배달앱마다 수수료율은 상이하다. 업주가 배민과 요기요에 각각 2만원짜리 음식을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배민은 2만원 중 오픈리스트(주문 1건당 6.8%) 비용 1360원, 외부결제 수수료(3%) 600원, 부가세(금액의 10%) 196원이 앱에 떼인 뒤 1만7844원만 업주에 입금된다. 요기요는 가입 건당 수수료(12.5%) 2500원에 외부결제 수수료(3%) 600원, 부가세(금액 10%) 310원이 정산된 뒤 1만6590원이 업주에게 돌아간다.
한달 매출이 2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배민에 지급해야 할 월 수수료는 200만원이 넘고 요기요에 내야할 수수료는 35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업주들은 “배민 수수료도 부담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구역 수수료 왕은 요기요”라고 입을 모은다.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요기요는 10만원 팔면 8만2000원 정도가 입금되는데 그 돈으로 배달팁까지 지불해야 한다”며 “여기에 배달대행비도 계속 오르니 등에 빨대가 꽂힌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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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등재되는 가격은 업주들의 몫이어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요기요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한 업주는 “아예 요기요 매니저가 가입 영업을 나올 때부터 배민 가격보다 10~20% 높게 메뉴 금액을 설정하고 배달팁도 1000원씩 더 높게 잡아뒀다”고 귀띔했다. 요기요 스스로 “우린 수수료가 높으니 메뉴가격을 올려 받아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다만 요기요 관계자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들려서 알아봤으나 확인된 게 없다”며 “세일즈 교육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실제 적발될 경우 오히려 패널티를 주거나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배민과 수수료 체계 비교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 수수료 절대비교가 어렵다”며 “가입5개월 이내 수수료율(5~8%)도 업주마다 상이하고 매달 다르기 때문에 고정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통행세?… 배민오더의 두 얼굴
비단 요기요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한 회사로 합병된 이후 배민 역시 요기요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입맛에 따라 계속해서 수익 모델을 변경해 온 배민이 수수료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통행세’를 만들어 수익을 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업계에선 같은 맥락에서 ‘배민오더’를 주목하고 있다. 배민오더는 지난해 배민이 선보인 비대면 주문결제 서비스. 식당에 음식을 찾으러 가기 전에 미리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배민오더를 통해 주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배민오더의 성장세는 놀랍다. 지난해 11월 첫 선보인 이후 매달 두자릿수 성장해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주문 200만건을 돌파했다. 등록업소 수도 지난해 11월 1만9000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 4월 초 5만개를 넘어섰다.
문제는 배민오더 역시 초창기 배민과 마찬가지로 주문 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업주들의 호응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배민오더 주문 수수료 ‘0%’ 정책은 오는 12월까지 만이다. 배민이 그때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입점업소 10만곳, 주문 건수 연간 2000만건이다.
배민이 요기요와의 합병으로 배달앱시장을 넘어 업주들의 ‘꿀고객’이던 포장, 오프라인 매출까지 장악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오더 역시 수수료 0%로 고객몰이를 하고 주문 건수를 올려 시장에 안착한 뒤 12월 이후엔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챙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포장과 오프라인 방문 고객의 매출까지 배민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 업주는 10년 넘게 해 온 외식업 장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배민을 8년째 이용 중이라는 업주는 “초창기에 요기요를 잡겠다며 공짜라고 사정사정해서 가입했던 배민을 잊지 못한다”며 “이후 8년간 수차례 수수료 개편과 수익에 혈안된 모습, 결국 경쟁사 품에 안긴 기회주의자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의존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이 업주는 “하지만 조만간 업주들의 포장, 매장 고객 매출까지 수수료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장사로 더 버티긴 힘들 것 같다”며 “배민의 탐욕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오더는 업주에게 배달뿐만 아니라 매장식사 및 포장 주문에 대한 광고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배민오더의 수수료 정책은 사장님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결정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