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이 오픈하자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사진=김경은 기자
16일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이 오픈하자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사진=김경은 기자

“장 보려고 2시간 기다려봤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문을 연 이마트 신촌점. 이날 가장 먼저 도착한 첫 손님은 “오전 8시부터 기다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점 시각인 오전 10시가 되자 100명가량 되는 인파가 매장 문 앞부터 대로변까지 줄을 섰다.
이마트는 이날 신촌에 새 매장을 열었다. 2018년 12월 경기 의왕점을 연 뒤 1년 7개월만의 신규 매장이다. 이마트 신촌점은 옛 그랜드마트 자리인 그랜드플라자 건물에 지하 1층~지하 3층에 입점했다. 영업 면적은 1884㎡(약 570평)로 비교적 소규모 점포지만 첫날부터 소비자들이 대거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갑다 대형마트”… 5060 주부들 ‘방긋’


이날 오전 10시 이마트 신촌점이 문을 열자마자 기다리던 고객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이마트 관계자는 “천천히 들어가시라”며 주의를 당부했으나 통제가 어려울 정도였다. 매장 외부에서도 관계자들은 교통 정리에 바빴다.


이마트 매장 내부에 고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이마트 매장 내부에 고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내부는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꽉 들어찬 것. 고객들이 손에 든 장바구니끼리 얽혀 통행에 불편이 생기는가 하면 에스컬레이터를 탄 고객들이 인파에 가로막혀 재빨리 내리지 못해 부딪히는 위험천만한 일도 발생했다. 개점 이후 30분이 지났을 땐 계산 대기줄만 매장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이마트 신촌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상당했다. 특히 신촌점이 들어선 위치가 기존에 그랜드마트가 있던 곳이라는 점에서 다시 동네에서 마트를 맞이하게 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그랜드마트는 2018년 9월 수익성 하락으로 폐점한 바 있다. 

이날 신촌점을 방문한 고객 김모씨(62)는 “이마트가 오픈한다고 해서 며칠 전부터 기다렸다”며 장 볼 목록이 빼곡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그랜드마트가 없어져서 아쉬웠는데 이마트가 들어서니 반갑다”며 “그동안은 식자재마트나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장을 봤는데 대형마트만 못하다”고 전했다.

신촌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이마트 개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에 고객을 뺏기는 상황이지만 실제 오프라인 점포에 나온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오프라인 점포만의 장점, 나아가 이마트가 주력하는 그로서리(식료품) 중심 매장에 고객들은 만족감을 표했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 이모씨(53)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대형마트가 생기니 좋다”며 “식재료마트엔 없는 신선식품이나 이마트에서만 파는 노브랜드 상품들이 있어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매장 내부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마트 매장 내부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가장 젊은 이마트’ 라는데… 젊은층 사로잡을까


다만 이날 매장에서는 젊은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객들은 대부분 지역 주민인 50~60대. 간혹 눈에 띈 20~30대 고객은 오픈 기념으로 신촌점에서만 판매하는 행사 상품을 사러온 이들이었다.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28)는 “유명 와인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가 있어 방문했다”며 “행사가 또 있다면 오겠지만 굳이 회사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신촌점은 첫날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곳을 ‘가장 젊은 이마트’로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이마트는 대학생과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신촌 지역 특성을 반영해 신규 매장을 설계했다. 특히 식료품과 주류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젊은 고객을 겨냥해 주류 통합 매장을 대규모로 꾸렸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마트는 젊은 고객을 겨냥해 주류 통합 매장을 대규모로 꾸렸다. /사진=김경은 기자

실제 신촌점 매장 내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식료품 매장은 1570㎡(475평) 규모로 전체 면적의 83%를 차지한다. 1~2인용 회·초밥과 간편 디저트 과일, 요리 채소, 샐러드 등 편의성 좋은 소단량 품목을 기존 이마트보다 20~30% 정도 확대 구성했다.
주류 통합 매장인 ‘와인 앤 리큐르’도 218㎡(66평) 규모로 들어섰으며 다양한 종류의 와인, 맥주, 양주 등이 판매된다. 이마트는 대학가 상권을 타깃으로 젊은층에 맞는 특화 매장으로 이곳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와인 앤 리큐르’ 담당자는 “다른 이마트 점포보다 주류 종류가 다양하다”며 “오픈 기념 행사 와인을 사기 위해 방문한 고객도 많다”고 전했다.

이마트 신규출점은 최근 경쟁사들이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온라인 쇼핑이 몸집을 키워가는 반면 대형마트 규제는 강화되면서 업계 수익성이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마트는 폐점 대신 점포 리뉴얼과 효율적 신규 출점을 택했다. 이마트의 위기 정면 돌파가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