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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AFP=뉴스1 |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부르며 "우리의 우정은 마법"이라고 말했다고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밥 우드워드 WP 편집국장은 오는 15일 출간 예정인 자신의 저서 '분노'(Rage)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25통을 입수해 처음으로 공개한다.
우드워드는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미국의 유명 언론인이다.
우드워드는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을 '각하'라고 불렀다고 내게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나고 그가 "단순히 똑똑한 정도를 넘어선 사람"이라는 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를 어떻게 처형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포함해 "모든 것을 말해줬다"고 우드워드에게 자랑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오간 친서들을 보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비'라며 친서를 공유하지 않았지만 우드워드는 다른 경로를 통해 이 친서들을 독자적으로 입수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두 사람이 같이 나온 사진이 1면에 나온 뉴욕타임스 사본을 보내며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저와 각하 사이의 또 다른 역사적인 만남을 원한다"며 "(각하와의 만남은)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어떤 마법의 힘(magical force)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다른 친서에서 "각하처럼 강하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인연을 맺게 돼 기쁘다"고도 했고, 다른 친서에서는 "전세계가 큰 관심과 희망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곳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았던 그 역사적인 순간을 떠올렸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세 차례 만남을 "큰 거래"(big f**king deal)라고 부르며 "이틀이 걸려서 그를 만났다.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연기·축소하고 북한 정권이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국제적 위상과 체제 정당성을 인정하는 등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지적해왔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경고를 일축하면서 "CIA는 북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집을 정말 사랑해서 집을 팔 수 없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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