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을 사칭한 문자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서민금융을 사칭한 문자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는 기업은행에서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특별신용보증대출' 승인 대상고객이라는 내용과 함께 대출을 빠른 시일 안에 신청하라는 메시지였다. 해당 문자를 찬찬히 읽어내려 가던 A씨는 두눈을 의심했다. '이리 보내무댄다(이렇게 보내면 된다). 은행이랑 전화번호 바꿔서 (보내라.) 날짜는 내(가) 맞춰놨으니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 문자 하단에 보이스피싱범끼리 주고 받은 내용이 그대로 첨부돼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A씨는 해당 문자가 '문자피싱'인 사실을 알아차렸다.
기업은행 사칭 문자.
기업은행 사칭 문자.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민금융을 사칭한 문자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사기범들끼리 몰래 공유하는 메시지까지 문자로 보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머니S가 IBK기업은행에 해당 문자를 확인한 결과 이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보낸 문자피싱이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 문자는 기업은행 직원들이 보낸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해당 문구도 같이 보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업은행의 대출상담사를 사칭한 사기문자까지 다수 발생하면서 문자 발송자가 등록된 대출상담사인지 확인하는 '대출상담사 통합조회화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당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잇따르자 지난 8일부터 '카드형 RCS 문자'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드형 RCS 문자는 고객이 기업은행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아도 문자가 오면 해당 문자에 공식로고와 명칭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문자피싱인지 기업은행이 실제로 보낸 문자인지를 바로 구별할 수 있어 문자피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이번 기업은행 사례처럼 은행은 물론 정부 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의 대출 보증을 빙자한 문자피싱이 대폭 늘었다. 사기범들은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대출 상품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며 대출 신청기한을 촉박하게 잡은 후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특별신용보증 대출', '정부 특례보증 대출지원'을 사칭하며 'KB국민', '신한', '기업은행' 등 은행 상호를 그대로 사용한다. 특히 '국민행복기금',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 '금융위원회', '신용보증재단' 등 문구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오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불법 대부광고 스팸문자 신고건수는 지난해 9월 8000여건에서 지난 5월 4만8000여건으로 급증했다.

한 소비자는 "정부 특례 대출지원 문자를 받고 궁금해서 전화했으나 사기였다는 점을 알아 겨우 빠져나왔다"며 "그 뒤로 대출을 받으라는 전화와 함께 문자가 계속 오고 있어 찝찝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직접 대출 권유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주의보를 발령하고 "대부업체와 거래 시 등록 여부를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하고 금융회사 사칭 광고로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해당 회사 대표 번호로 전화하거나 창구를 직접 방문해 문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대환 대출(대출 갈아타기) 등을 미끼로 전화 상으로 통장, 비밀번호, 카드번호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서민 금융을 빙자한 문자피싱이 최근 크게 늘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