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실적이 개선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대주주인 두산그룹의 주식 매도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사진=두산
올 상반기 실적이 개선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대주주인 두산그룹의 주식 매도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사진=두산

두산에너빌리티가 실적개선과 정부의 친원전 정책 등 각종 호재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다. 일각에선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주주인 ㈜두산과 기업 내부 임원의 보유 주식 대량매매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839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958억원)보다 4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 이익도 4669억원에서 5198억원으로 11.3% 늘었다. 앞으로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고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8%까지 확대기로 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 8월25일 2만2650원(종가기준)이었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9월16일 1만7600원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연속으로 1억4413만주를 팔아치웠다.

일각에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고전하는 이유로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임원의 주식 대량 매도를 지목한다. 상대적으로 기업 내부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임원이나 대주주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외부에 부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어서다.

지난달 31일 ㈜두산은 시간외매매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2854만주를 주당 2만50원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로써 ㈜두산은 5722억27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지분율은 36.89%에서 30.50%로 6.39%포인트 줄었다.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을 처분한 것은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인수 이후 처음이다.


이에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임원 두 사람도 지난달 잇따라 장내매매를 통해 고점에 가까운 가격으로 8300주를 매도했다. 그룹 지주사와 임원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만큼 이미 고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액주주들은 지주사와 회사 임원들의 잇단 지분 매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종목토론방에선 "일반 기업은 주가가 오르면 개미들이 파는데 두산 계열사는 개미보다 앞장서 팔아치운다" "SK는 자사주 매입, 소각해서 주식 가치를 올리는데 두산은 블록딜로 개미들을 말살한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주식은 나락 간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내년부터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를 확대해나간다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