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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얼룩말이 어미 얼룩말과 햇볕을 쬐고 있다. ⓒ News1 |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얼룩말 '세로'의 탈출 소동으로 시끄러웠던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세로가 있는 얼룩말 방사장을 2배 이상 넓힌다. 또한 제2의 탈출 사태 방지를 위해 세로의 방사장을 포함한 초식동물 방사장 전체의 관람데크와 울타리를 교체한다.
올 상반기 중에는 세로의 '여자친구'도 합류한다. 다만 세로를 비롯한 전체 동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여전히 동물원 관람 구조의 전환이 숙제로 남은 상황이다.
8일 서울어린이대공원 등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은 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2023년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안전시설 보수보강공사' 입찰 공고를 지난달 30일 지방공공기관통합공시에 공시했다.
총 사업비는 1억7456만6400원이며 공사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80일까지다.
이번 공고에는 방사장 확대, 울타리 강화 등 세로의 탈출 이후 대공원 측이 논의해왔던 조치들이 담겼다.
우선 세로가 머무는 얼룩말 방사장을 2배 이상 확대한다. 생활공간 확대는 대공원 측이 동물권·동물복지 차원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알파카와 당나귀 방사장을 대폭 확대했다.
세로가 있는 얼룩말 방사장은 지난해 알파카가 떠나고 남은 공간까지 합해 2배 이상 넓힌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개별 공간이나 충분한 생활 반경이 심리·정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방사장 확대가 어느 정도 심신에 안정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세로가 사는 '초식동물마을'의 모든 관람데크와 울타리를 교체한다.
관람데크는 관람객이 올라서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시설물로, 교체는 관람객 안전 담보 차원에서 이뤄진다. 대공원 측은 현재 있는 관람데크를 모두 뜯어내고 더 튼튼한 재질의 데크로 교체할 계획이다.
울타리 또한 더 견고한 자재로 바꾸면서 높이도 높인다. 대공원 관계자는 "현재 울타리가 법적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세로가 그걸 넘어갔으니 바꾸기로 했다"며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결과 자재를 바꾸고 높이를 높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공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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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동물원에서 알파카와 얼룩말이 서로 바라보고 있다. ⓒ News1 |
대공원 측은 세로를 위해 '여자친구'도 데려온다. 대공원 관계자는 "지난해 세로가 혼자가 된 뒤 의논했던 사안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앞당기기로 했다"며 "내년 초로 예정됐던 반입을 올해 상반기로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로의 '여자친구'가 세로보다도 어려서 무리와 좀 더 함께 있다가 오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세로의 '여자친구'는 국내 동물원 어딘가에 있다"고 귀띔했다.
세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던 근접 관람로는 우선 공사 완료 때까지 폐쇄한다.
동물들의 생활 환경 개선과 관람객 안전 확보 차원에서 여러 조치가 이뤄지지만 현재의 동물권 감수성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콘셉트'는 지난 2010년 트렌드였던 '콘택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2010년 당시에는 관람객의 흥미가 보다 중시됐던 만큼 동물 종수·개체 수도 최대한 확보하고 관객이 가까이서 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게 했다"며 "그 후 방향을 바꿔 동물 종수·개체 수는 꾸준히 줄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몰려 사는 대신 삶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방사장 확대와 더불어 종수·개체수 축소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관객이 지나치게 가까이서 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재 구조를 바꾸는 일은 단기간에 어려울 전망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현재의 전시 방법이 동물들에게 좋지 않은 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동물권을 더 보장하는 시설로 가려면 일부 '보수'가 아니라 대규모 리모델링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공원 동물원은 관람 시설이 전면 유리창으로 돼 있는 등 관람객이 동물들을 최대한 가까이,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오는 2025년까지 이뤄지는 어린이대공원 전체 재조성 사업에서는 동물원이 제외된 상태다. 이에 동물원의 대규모 리모델링은 2030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세로의 탈출 소동 이후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는 세로를 보기 위한 관람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공원 측으로서는 뜨거운 관심과 관람 인파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상황이다. 관람객들이 세로의 이름을 크게 부르거나 과장된 액션을 취하는 등으로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돌발적인 행동이나 큰 소리 등 세로를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