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대형 선사인 HMM은 현재 희망봉을 우회 노선으로 운항하고 있다. /사진=HMM
국적 대형 선사인 HMM은 현재 희망봉을 우회 노선으로 운항하고 있다. /사진=HMM

홍해에서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이 잇따르고 미 해군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서는 등 사실상 전쟁 상황이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후티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는데 민간 선박을 대상으로 해적 활동을 넘어 무차별 공격을 가하면서 전 세계 물류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가 있는 곳으로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해상 물류의 관문으로 불린다.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화물선은 물론 중동에서 생산한 원유를 미국으로 나를 때 유조선이 지나기도 한다.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으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해야 한다. 이 경우 거리가 5000km 늘어 최소 1주일 이상이 더 걸린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기간이 늘어난 만큼 배에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선복량'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졌고 운임이 오르게 됐다. 지난해 12월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10.81이었는데 올해는 지난 12일 기준 2206.03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해졌음에도 화주나 용선자는 원래 계약 또는 관행에 따라 거리가 짧은 홍해를 지날 것을 주장할 수 있다. 홍해 사태 초기 중소 선사들이 무리하게 이곳을 지나는 시도를 한 배경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훨씬 악화됐고 선주는 물론 선원들이 위험 해역에 가지 않으려 할 수 있다.


결국 화주와 선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용선계약'에 따라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용선계약에서 정한 전쟁상황이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해사연구센터 소장은 "항해 용선계약에서는 전쟁구역을 피해 다른 항구로 항해할 권리가 선박소유자에게 있다"며 "증가된 비용은 이미 체결된 항해에서는 청구가 가능하다고 약정하고 있는데 화물을 싣기 전엔 용선계약을 취소할 권리도 선박소유자에게 보장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박이 정기용선된 경우 선박소유자 동의 없이 전쟁구역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만약 동의한 경우라면 보험료와 선원 보너스 등은 정기용선자가 부담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계약은 보통 화주나 용선자의 요구가 우선이지만 전쟁 등 위험 상황일 경우엔 선주의 권리가 우선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