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본사 건물 /사진=뉴스1
두산 본사 건물 /사진=뉴스1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비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두회사 합병을 두고 미래 시너지를 위한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다수 전문가는 지배주주가 많은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두산그룹은 지난 11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가총액과 주가 비율이 비슷하다 보니 밥캣과 로보틱스 간 교환 비율이 1대 0.63으로 정해졌다.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 합병 시 최근 1개월·1주일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을 토대로 교환 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지난 11일 기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시총은 각각 5조 2130억원, 5조 5291억원으로 5조원대이다. 주당 가격은 5만2000원, 8만5300원이었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이유로 경영효율화와 스마트 머신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건 밥캣과 로보틱스의 교환 비율이다. 밥캣은 영업이익이 1조원에 달하며 순자산 6조원에 달하는 알짜회사다. 지난해 매출 1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작년 매출은 530억원, 영업손실 192억원을 냈다.

정해진 주식 교환 비율에 따르면 밥캣 1주가 로보틱스 0.63주로 바뀐다. 건설 장비 회사 밥캣에 투자한 주주는 갑자기 적자인 로봇회사 주식을 강제 교환받게 됐다. 물론 거부하면 두산에서 사주기는 한다지만 매수 금액이 낮다.

주식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꼼수합병", "합병 취소하라", "저는 이만 떠납니다", "대주주 배불리는 합병"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다수 전문가들도 주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합병이라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합병으로 보이지만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누가 봐도 로보틱스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밥캣과 로보틱스 합병 비율이 정해진 건 문제"라며 "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두산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따라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활용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글로벌 통합 자동화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