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재가 겹친 GM한국사업장이 한국시장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GM한국사업장 인천 부평공장 생산라인. /사진=GM한국사업장

제너럴모터스(GM)한국사업장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끊이질 않고 있어 주목된다. GM한국사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여파에 천문학적인 비용 증가에 직면한 데다 내수 부진까지 겹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노동 규제 강화와 추가 신차 생산이 없는 점 역시 경영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어 2019년 문을 닫은 전북 군산공장의 전례가 되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GM 본사가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신차 5종 생산에 협력하기로 한 점 역시 GM한국사업장의 줄어든 역할론에 힘을 싣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GM한국사업장의 한국시장 철수설을 뒷받침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비용이다.

GM한국사업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수출 관세가 0%에서 15%로 뛰었다. GM한국사업장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0%를 미국에 수출할 만금 사실상 미국으로의 수출 기지 역할을 맡고 있어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경영에 치명적이다.


GM한국사업장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으로 총 49만9559대를 수출했고 이 가운데 80%가 넘는 약 42만대를 미국 시장으로 보냈다.

미국 GM 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올해 GM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최대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 GM한국사업장이 떠안게 될 금액을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추산한다.

내수부진도 회복 기미다 없다.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판매량 24만9355대(전년대비 7.4%↓) 가운데 내수 8121대, 수출 24만1234대를 기록해 격차가 크다. 7월에는 3만2244대(내수 1226대, 수출 3만1018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42.9% 늘었지만 내수와 수출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GM한국사업장이 여러 악재가 거듭돼 한국시장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GM한국사업장 경남 창원공장 생산라인. /사진=GM한국사업장

GM한국사업장이 최근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유휴부지 처분 등 자산 매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비용 증가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GM한국사업장은 '경영효율화' 명목을 들었지만 노조는 일자리 감소와 임금 삭감에 이어 결국 사업장 철수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한다.

한국정부의 노동 규제 강화도 GM한국사업장을 압박한다. 매년 이어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갈등과 부분파업, 노란봉투법 등이 GM한국사업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GM한국사업장의 사장을 지냈던 카허 카젬 GM 상하이 자동차 부회장은 "중국에는 노사 문제가 없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며 한국시장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노동자 1719명을 불법 파견해 생산 공정에 투입한 혐의로 기소됐던 그는 최근 항소심에서도 검찰이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GM한국사업장의 생산 차종은 수요가 많고 이익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켜세웠지만 현대자동차와 GM 본사가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5종의 신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으며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협약 내용에 GM한국사업장의 주력 생산 차종인 소형차가 포함됐고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보장된 사업 유지 시한(2027년)과 두 회사의 차 양산 시점(2028년)이 맞물려 결국 GM한국사업장의 철수는 불 보듯 뻔하다는 시각이다.

주력 수출모델인 트레일 블레이저·트랙스 크로스오버 등의 수출기지 역할도 무의미해 질 수 있다.

GM 한국사업장 관계자는 "여러 대내외 악재가 겹쳤지만 당면 과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