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의 원재료 공급 계약 갱신을 두고 공동 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진은 여수 산단 전경. /사진=뉴스1

여천NCC 원재료(에틸렌 등) 공급 계약 갱신을 두고 공동 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가격 산정 기준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DL은 여천NCC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가격 하한(하방 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화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장가격 반영'을 고수하고 있다.

DL은 11일 입장문에서 "여천NCC의 자생력 확보와 직결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원료가 공급계약에 대해서 한화는 자사 이익 극대화만 주장하고 있다"며 "DL은 에틸렌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DL은 여천NCC 원료가 갱신계약에 최소 변동비 부분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가격 하한을 없애자는 한화의 입장이 고수되면서 가격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했다.


DL은 한화의 계약안에 대해 "동일 물량 기준 자사에 큰 이익을 주지만 파트너인 DL과 관계사인 여천NCC에는 손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여천NCC의 손익이 개선되는 조건(하방 캡 설정, 20년 장기계약 등)을 제안했지만 한화는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볼 수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게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한화는 DL이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외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는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케미칼에 판매하는 에틸렌, C4RF1 등의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을 1006억원을 부과 받았다"며 "국세청은 이 거래가 시장가보다 싸게 거래 됐고 이를 통해 DL그룹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아 법인세 추징액을 부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세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계약이 새롭게 체결되어야 하나 DL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저가공급으로 법인세가 추징된 가격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향후 세무조사 시 동일한 추징을 받게 되므로 시장가격이 반영된 거래조건으로 거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DL이 시장가격 계약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법인세 추징·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한 "한화는 대량 거래에 따른 물량 할인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에틸렌 거래량은 한화가 연간 100만톤 DL은 연간 40만톤 수준"이라며 역차별 상황을 부각했다.

현재 여천NCC 원료 공급은 올해 1월 이후 임시 가격 체계로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 간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여천NCC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