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간 장내 매수 방식으로 3조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 사진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간 장내 매수 방식으로 3조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 사진은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면서 두 보험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간 장내 매수 방식으로 3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15일 종가기준으로 삼성생명(8.58%)과 삼성화재(1.50%)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0.08%로 올라간다.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당국 허가를 받거나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다.

2018년 5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한 후 삼성전자 10% 초과분을 동일 비율로 매각했다. 당시 처분금액은 총 1조3850억원으로 삼성생명 1조1790억원, 삼성화재 2060억원이다.

앞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동일 비율로 삼성전자 자사주를 매각하면 예상 금액은 각각 2284억원, 399억원으로 추산된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0조원의 자사주 매입분 모두를 소각하면 삼성생명(8.76%), 삼성화재(1.53%)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29%로 뛰어 매각 금액은 각각 7612억원, 133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규모가 10조원을 채우면 지분을 판 자금은 각각 7612억원과 133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매각 자금의 일부는 배당 혹은 자사주 등 어떤 방식으로든 주주환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3번째 자사주 매각… 보험법 개정 불씨 당기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2015년(11조3000억원)과 2017년(9조3000억원) 이후 세 번째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각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다. 2018년 삼성그룹은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소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서 2013년 80여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지난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1대 주주는 삼성물산(19.34%), 2대 주주는 이재용 회장(10.44%)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76%),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1.73%)도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재용 회장은 삼성화재 지분을 0.09%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이재용 회장으로 18.90%를 보유하고 있고 이부진 사장(5.83%), 이서현 사장(6.51%),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01%) 등이 가지고 있다.

쟁점은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리하는 방법이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삼성생명법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채권, 주식 보유 한도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총자산 대비 3%로 제한하는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 자산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4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각 계획에 더불어민주당에선 또다시 삼성생명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박용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20대 국회에선 이종걸·박용진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선 이종걸 의원이 두차례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 보험사들이 약 30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며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면 법안소위 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