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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만 외국인 시대'에 접어들면서 통신업계가 외국인 맞춤형 요금제 및 서비스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통신 서비스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3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내에 3개월을 초과해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총 245만9542명에 달한다. 이는 한국 총인구(5177만4521명)의 약 4.8%로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후불 통신 요금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장기 체류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 시장은 성장가능성 높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외국인 고객을 겨냥해 내놓은 요금제와 서비스는 제한적이다.
KT는 지난 4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 전용 요금제 '5G 웰컴 요금제' 3종을 신규 출시했다. 해당 요금제는 ▲5G 웰컴5(월 5만9000원, 5GB+5Mbps) ▲5G 웰컴3(월 4만9000원, 3GB+3Mbps) ▲5G 웰컴1(월 3만9000원, 1GB+1Mbps) 등 3종으로 구성됐다. 데이터 1GB당 단가가 일반 요금제보다 4배 이상 비싸다. 음성통화와 문자는 각각 200분과 200개로 제한된다.
SK텔레콤은 월 6만9190원에 월 12.5GB 데이터를 제공하는 'T글로벌'을 2017년 출시한 데 이어 2020년 8월 선불 요금제 서비스 '미리'를 출시했다. SK텔레콤 T글로벌은 2017년 출시 후 상품구성 변경이 거의 없다. LG유플러스는 외국인 전용 요금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요금제와 서비스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보니 아직은 개발에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장기 체류 시 편의성이 좋은 후불 요금제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후불 요금제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전용 요금제가 다양한 요금제 마련과 요금 할인, 데이터 추가 제공에서 끝나지 않고 언어적·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국어 고객센터 강화, 국제전화 요금 할인, 외국인 대상 핀테크 연계 서비스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통신 서비스의 형평성을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점 시장인 통신 요금 전반을 비롯해 외국인 전용 요금제의 가격 적정성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며 "전체 인구의 5%를 구성하는 시장은 상당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 해외사례와의 비교를 통한 형평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