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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고객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계좌 돌려막기를 한 9개 증권사들을 징계 조치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3차 정례회의를 열고 교보·하나·KB·한국투자·NH투자·유진투자·미래에셋·유안타·SK증권 등 9곳에 기관제재를 확정했다. 이들 증권사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와 기관주의, 총 290억원가량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융위는 SK증권(기관주의)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증권사에는 기관경고를 내렸다. 교보증권은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영업정지 1개월도 받았다. 기관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으로 나뉜다. 기관경고부터는 중징계다.
랩·신탁 상품은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산을 대신 관리하는 금융상품이다.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에 따라 개별 운용하는 구조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당시 신용경색 등으로 다수 고객이 랩·신탁 환매를 요청했으나 매도가 어려워졌다. 이에 환매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생겼고 일부 증권사가 다른 고객 자산을 자전거래(돌려막기)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다음해 검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9개 증권사가 랩·신탁 상품 자전거래(돌려막기)를 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1대1 계약하는 금융상품이다. 다수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고객별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 법인고객이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도 선호한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NH투자증권에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에 기관경고를 통보했다. 다른 증권사는 '3~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결정이 금융위를 거쳐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금융위는 레고랜드 사태 등 특수성과 증권사 수습 노력이 이뤄진 점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유사한 위법·부당행위가 재발하면 심의 가중 요인 삼아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는 랩·신탁을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하고 환매 시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관련 임직원의 준법의식 확립뿐 아니라 리스크·준법·감사 등 관리부서에 의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회사의 전사적인 내부통제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