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들.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진=각 사
사진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들.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진=각 사

이달 국내 9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7곳이 연임을 택했다. 경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CEO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SK증권 ▲IB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연임을 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성환 대표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한국투자증권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1조2837억원, 순이익 1조11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6.5%, 순이익은 93.3% 늘었다. 이 같은 호실적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한 결과 올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기존 황준호 대표 임기가 끝난 후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임 대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한양증권을 이끌면서 2689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 규모를 5144억원(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영업이익도 2018년 50억원대에서 2024년 3분기 기준 467억원까지 늘렸다.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업계 베테랑인 임 대표를 영입해 쇄신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호실적을 통해 능력을 입증, 연임에 성공한 CEO들도 있다. 2023년 부임한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 허선호 대표는 이달 만료되는 임기가 연장된다.

미래에셋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김 대표는 지난해 인도 증권사 '셰어칸'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허 대표는 해외주식 잔고와 연금자산 각 40조원을 넘기는 등 경영역량을 검증받았다"며 "회사의 혁신과 지속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연임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도 임기를 이어간다. 그는 지난해 교보증권 순이익이 77% 급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교보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랩·신탁 상품 운용과 관련해 불법적인 자전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기관경고', 이 대표도 '주의적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탁월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도 지난해 순이익을 45% 급증시키는 등 성과를 내며 연임에 성공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고경모, 유창수 대표도 지난해 순이익이 61% 증가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연임한다.

지난해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연임을 결정한 증권사도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증권사들의 경영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LS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42%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겪었다. 그러나 LS증권은 김원규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며 안정적인 인사를 택했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임기를 이어간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4% 급감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2023년 첫 취임 당시 한화투자증권을 흑자로 돌리는 등 성과를 낸 바 있어 연임 결정은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증권도 지난해 10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지만 전우종, 정준호 대표의 연임을 택했다. SK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 대표는 리서치센터,최고수익책임자(CRO),경영지원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 근무한 경험을 통해 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며 "정 대표는 당사 전략기획실장, CRO, 대표이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향후에도 회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증권업 산업환경이 급변하며 CEO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증권업 산업환경이 급변하며 CEO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경기 상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증권사들의 운영 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령탑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지며 증권사들은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증권사들의 인사나 조직 개편 양상을 보면 기존 강점을 더 부각하고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등의 안정적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위해 새로운 인물보다 연임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석훈 자본시장 연구원은 "최근 증권업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놓여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방안은 증권사의 사업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운영체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수한 CEO와 전문 인력, 조직 운영 등의 내부요인이 중요하다"며 "증권사의 이익 효율성은 CEO의 역량, 기업문화, 차별화된 조직관리 등의 고유한 정성적 특징에 의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