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4일 공식 출범했지만 초기부터 전산 장애가 잇따르면서 후발 주자로 시장에 참여하려던 증권사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대체거래소 대량·바스켓매매 시장도 아직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안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 출범 첫날인 4일부터 5일까지 일부 증권사에서 주문 체결 및 시세 조회 지연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MTS·HTS에서는 실시간 주문 체결 조회가 지연되며 투자자들이 재주문을 해야 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키움증권 역시 4일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에서 수분간 오류가 발생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 거래에 참가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 삼성, NH, KB, 키움, 하나, 한국투자, LS, 유안타, 토스, 한화, 현대차, 교보, 대신증권 등 14개사다. 이들은 초기 시장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시장에 참여를 결정했다.
반면 메리츠, 신한, 다올, DB, BNK, 부국, 신영, IBK, iM, SK, 유진, 카카오페이, 케이프, 한양 등 14개사는 초기 전산 안정성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본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타사보다 참여 결정이 늦어 테스트 기간이 부족했다"며 "안정성 검토를 거쳐 9월 중 본 시장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투자자들이 ATS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정 기간 모니터링 후 본 시장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량·바스켓매매 시장 개장 지연… "거래 종목 확대 신중해야"
|
넥스트레이드는 당초 지난 4일 정규시장, 종가매매시장,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을 동시에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의 운영이 지연되면서 일부 시장 기능이 제한된 상태다.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은 특정 당사자 간 합의한 가격과 수량으로 매매거래를 체결하는 시장으로 ATS의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스템 오류 문제로 인해 아직 운영되지 않고 있다. 대량·바스켓매매에서 '서킷브레이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미비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대량·바스켓 매매 시장이 주로 기관들이 참여하는 시장이라 개인 투자자들 거래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서킷브레이커 시스템 보완해 해당 시장을 개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거래소를 섣불리 출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향후 거래 종목 확대 계획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넥스트레이드는 현재 10개 종목(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S-Oil,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을 시작으로 3월 말까지 거래 종목을 총 8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거래 종목 확대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시스템 오류나 이로 인한 착오 주문 등으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 점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거래 종목 수를 신중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3월 안으로 800개 종목을 무리하게 확대하기 보단, 6개월 정도는 100개 종목 정도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한 뒤 단계적으로 종목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