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역 승강장 곳곳에서 깊이 5㎝에 달하는 땅꺼짐 현상이 관측되면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번 승강장 옆 단차는 표면이 고르지 않고 구불구불한데다 일부 구간은 기울어진 상태다. 기둥 주변은 구조상 하중을 집중적으로 견디도록 설계돼 비교적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외 구간은 오랜 시간 누적된 침하 현상으로 기울어져 있다.
부산역 일대는 본래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다. 천연 기반에 비해 약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수십 년간 무거운 열차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고 북항 지하차도 공사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까지 이어지며 지반 안정성이 더욱 취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머니S에 "기둥 하부는 말뚝 기초로 시공돼 설계상 견고하게 보강된 만큼 현재까지 침하 현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근본적인 보강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하면서도 기둥 외 미세하게 침하된 구간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 |
이밖에 3호차 탑승구 철로 바닥은 울퉁불퉁하게 갈라져 있다. 지난 2월10일로 예정된 보수 공사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되진 않았다. 코레일에 따르면 긴급 임시방편으로 표면 정비 및 승강장 보강 작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어떤 보수가 이루어졌는지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상황에 승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KTX를 이용하기 위해 부산역을 찾은 A씨(30대)는 "승강장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불편하다"며 "바닥 때문에 발이 걸려서 넘어질 뻔한 적도 있는데 당장이라도 보수를 해아할 것 같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 |
부산역 3번 승강장 바닥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심지어 육안으로도 경사가 느껴진다. 유리병을 놓으면 경사면을 따라 빠르게 굴러 내려가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승강장 보수 공사는 현재 정밀진단 용역을 진행중"이라며 "진단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보강 계획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시 조치가 아니라 매립지 특유의 연약지반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시설 관리 주체가 각 역할에 따라 대응하고 있지만 문제는 철도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승강장뿐만 아니라 역 주변 역시 매립지 기반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는 "동구 전역에서 매년 1회 육안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립지 구간은 카메라 장비를 장착하거나 도보식으로 인도 균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점검 체계는 이상 징후가 나타난 이후에 GPR 탐사(지표투과레이더) 를 실시하고 있어 사전 예방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이 같은 문제는 부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에서만 1만934건의 지반 공동(싱크홀)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1500건 발생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도 비슷하다. 서울 송파·강동·마포구, 여의도 등도 한강 매립지 기반 위에 조성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매립지 도시에서 반복되는 지반 침하 문제는 초기 매립공사의 부실과 관리 체계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해 지반 탐사 장비 구입과 점검 지원에 22억73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차량형 GPR 탐사(지표투과레이더)는 최대 2m 깊이까지만 탐지할 수 있어 대규모 심층부 시설물에 대한 선제적 감지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행 연 1회 육안 점검과 표면 조사만으로는 광범위한 매립지 구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 단위의 정밀 진단과 장기적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