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사업비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이 법률 분쟁으로 최종 계약을 지연한 가운데 빠르면 다음 달 입찰 경쟁사가 신청했던 가처분 명령이 해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지난해 7월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후 프랑스 업체가 제시한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는 덤핑 논란을 지적했다.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자로기술 지적소유권 분쟁 등 리스크도 불거지며 오는 6월 대선 결과에 따라 사업 지속의 불확실성이 제기됐던 상황이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신규 원전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이르면 다음 달 취소해 팀코리아에 유리한 결정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체코 지방법원은 체코 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의 계약 서명식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서명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EDF가 '불공정 입찰'을 이유로 법원에 계약중지 가처분과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법원의 가처분 해제 결정은 통상 수주가 소요돼, 이르면 다음 달 결론이 날 수 있다. 다만 한수원 관계자는 "세부 일정은 체코 내 정치·법적 여건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체코 정부 계약 의지… 최고법원 항고
![]() |
팀코리아는 올 3월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EDF가 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후 반독점기구 경쟁보호청(UOHS)에 제소하면서 계약 시점이 미뤄졌다. EDF는 한국 정부가 한수원에 실질 보조금을 지원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았고 2022년 3월 개시된 체코 원전 입찰은 관련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야권의 비판도 제동을 걸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세일즈 당시 국내 공사 가격의 절반 저가 수주와 한국수출입은행의 100억달러 대출, 관리 책임의 독소조항 등이 문제된 바 있다"면서 "핵폐기물 처분 보증과 특전사 파병 약속 등 이면계약까지 폭로됐다"고 비판했다.
체코 당국은 EDF의 제소를 기각했지만 EDF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받아들여졌다. 다만 체코 정부 측은 팀코리아와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체코 당국은 지난 19일(현지시각) 한수원과의 서명을 중지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최고법원에 항고했다.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는 즉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체코전력공사(CEZ)와 한수원의 원전 2기 계약도 사전 승인된 상태다.
한수원은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를 이유로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법적 구제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업은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두코바니에 100㎽(메가와트)급 원전 5·6호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에 참여했다.
업계는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팀코리아 관계자는 "체코 정부와 전력공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가 EDF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적극 소명 중"이라며 "두 차례에 걸쳐 당국이 검토를 진행한 내용으로 계약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예상했다.
정치권이 문제 제기한 저가 수주와 불공정 계약 가능성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한국에서 최신형 원전 두 기를 건설하는 데는 10조~11조원이 들지만 체코 원전사업의 경우 두 배를 넘는 수익 구조"라며 "사업성이 낮다면 EDF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은 1978년부터 원전을 지어왔고 기술과 노하우 등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세부 계약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손해가 될 수 없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시공 이윤만이 아니라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원전 기업의 독점 지위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상실됐고 해외 업체가 경쟁하며 가격 정상화가 가능했던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이유로 국가간 사업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