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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향방에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 강화를 내세운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됨에 따라 유통채널에서 오프라인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민주당은 '민생분야 20대 의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한다며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무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허용돼 자정 이후에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없다. 현재 일부는 일요일이나 평일에 휴무를 하고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일괄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대형마트 규제 강화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2012년 도입된 제도다.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지난 낡은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민주당의 발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상거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고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15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자료를 살표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전통시장의 식료품 구매액은 2015년 1370만원에서 2022년 610만원으로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슈퍼마켓 역시 3840만원에서 1920만원으로 줄었다.
소비자들 또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경협은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76.4%의 소비자가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한다고 응답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 32.2% ▲평일 의무휴업 실시 등 규제완화 33.0% ▲의무휴업일 및 심야 영업금지 시간에 온라인 거래 허용 11.2% 등이다. 현행 의무휴업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6%에 그쳤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규제가 가진 효과를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후)소비자는 불편한데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점 이용이 줄어든 게 오히려 더 문제점으로 인식된다"고 짚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의무휴업 초기에는 소비자들이 불편해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예 휴일이면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이라는 대체제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대형마트 규제 후 동네 슈퍼가 점점 사라지고 기업형 슈퍼(SSM)가 늘어난 것도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보다 재래시장 상생·경쟁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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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최근 오프라인 매출이 지속해서 줄어드는 원인이 대형마트 규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 규제로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을 더욱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40대 주부 A씨는 "예전에는 휴일에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간 김에 인근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들러 쇼핑하곤 했다"면서 "최근에는 모처럼 찾아간 날 마트가 문을 닫는 경우가 잦아져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그때그때 주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4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부문의 비중은 54.4%로 전년 동월 50.3%보다 4.1%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3.1% 감소했으며 구매 건수 역시 5.0% 줄어들어 오프라인 채널 중 가장 높은 감소세를 보였다. 백화점 매출은 2.9%, 편의점은 0.6% 감소했다. 구매 건수는 백화점 4.4%, 편의점 2.9% 줄었다.
대형마트 관계자 B씨는 "오프라인 내수 소비 위축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커머스는 되고, 대형마트는 안 되는 해묵은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며 "차별 규제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당초 목적을 위해서는 전통시장이 자립할 수 있는 경쟁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 C씨는 "이미 유통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 구도보다는 온오프라인 간 대결로 프레임이 전환됐다. 실효성 없는 일방적인 대형마트 규제보다 재래시장과의 상생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필요하다"며 "새 정부의 유통 정책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