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순자산이 200조원을 돌파했다./사진=챗GPT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200조원을 돌파하며 '대중투자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년 만에 시장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한 가운데 ETF 경쟁의 최전선에 선 자산운용사 대표들도 이번 성장을 의미 있게 평가하며 향후 전략 구상에 나섰다. 월배당, 인공지능(AI) 등 '신무기'를 앞세운 운용사 간 경쟁은 이제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도약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운용업계는 "ETF 200조 시대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본격적인 시장 고도화를 예고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와 금융회사의 노력이 어우러져 국내 ETF 시장이 200조원을 돌파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만들어냈다"며 "이제 ETF는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장기 투자 문화와 글로벌 분산 투자를 이끄는 핵심 채널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ETF 시장은 저비용, 고투명성이라는 구조적 장점에 더해 '정기 소득'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춘 월배당 ETF, 특정 산업군을 집중 타깃한 테마 ETF, 자산배분 자동화를 겨냥한 AI 기반 ETF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고도화되고 있다.

국내 ETF 역사의 시작을 함께한 삼성자산운용은 "종가집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는 표현으로 ETF 200조원 돌파를 자축했다.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ETF는 글로벌 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역시 채권형, 테마형, 월배당형 등 다양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왔다"며 "앞으로도 연금시장 성장과 함께 개인 중심의 ETF 저변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과거 원리금보장형 중심이던 연금 포트폴리오는 최근 실적배당형 상품, 특히 ETF 위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계좌 등에서 ETF에 투자하면 과세이연 등 다양한 세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DC·IRP형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연금 자산의 운용 효율성과 선택의 폭도 크게 넓어졌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700개에 달한다.


ETF가 '국민 투자상품'으로 올라선 만큼 시장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ETF는 이제 국민의 자산 형성과 장기 투자 도구로 자리잡았고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참여와 퇴직연금 자금 유입, 그리고 ETF 상품 다변화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 대표는 "투자자 중심의 차별화된 상품 공급과 교육을 통해 시장을 함께 키워가는 노력을 함께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글로벌 석학과의 협업, 콘텐츠 제공을 통해 ETF가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