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1990 이탈리아 대회를 시작으로 2002 한일 월드컵까지, 선수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평생 대표팀 유니폼 한 번 입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당연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면 아주아주 성공한 축구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축복 받은 축구 인생이다.

차범근 전 감독과 함께 한국 선수 최다 A매치 출전 기록(136회)을 보유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플레이어로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코치와 감독으로 또 월드컵에 나가 세계 축구와 겨뤘다. 더 이상은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2026년 그가 다시 월드컵 무대에 오른다. 벽을 넘기 위한 7번째 도전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6일 오전(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5승4무(승점 19)가 된 한국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최종 10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11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까지 합치면 12번째 본선이다. 이 긴 대한민국 월드컵사에 홍명보 감독이 무려 7번이나 등장한다.

우선 선수로서 4번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대학생 신분으로 출전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1994년 미국 월드컵과 1998년 프랑스 대회를 거쳐 4강 신화를 만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화려한 선수생활이었다.


은퇴 후에도 월드컵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지도자 홍명보는 곧바로 2006년 월드컵 때 독일 땅을 밟았다. 당시 역할은 코치로, 네덜란드 출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면서 5번째 월드컵을 경험한다.

2009년 FIFA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으로 지도력을 쌓은 홍명보 감독은 드디어 대표팀 사령탑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했다. 선수와 코치에 이어 감독으로도 본선에 오르는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첫 도전이던 2014 브라질 월드컵은 홍명보 축구 인생에 있어 지우고 싶은 페이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강희 감독이 아시아 예선까지만 대표팀을 이끌다 전북현대에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본선 티켓을 따낸 뒤 다소 급하게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불명예 퇴진했다. 6번째 월드컵이 그에게는 악몽이었는데, 그때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10년이 지난 2024년 여름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이제 북중미 3개국(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나눠 열리는, 48개국 본선 체제로 펼쳐지는 첫 번째 대회에서 커리어 7번째 월드컵 도전에 나선다.

'국민 영웅' 홍명보에게 월드컵은 사실 암울한 역사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2002 월드컵 4강을 제외하고는 단 1승도 어려운 것이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고, 때문에 수비의 핵이자 주장이었고 코치와 감독으로 대표팀 중심에 있던 홍명보는 번번이 좌절했다. 그 넘기 힘든 벽 앞에 다시 선 홍명보 감독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홍명보 감독이 커리어 7번째 월드컵에 도전한다. 그는 두려움 없이 임하겠다는 각오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여전히 본선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감독으로서의 두 번째 도전, 축구인생 7번째 월드컵도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두려움 없이 맞서겠다는 각오다.

홍 감독은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분명한 것은 나는 10년 전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 실패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꾸준하게 노력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다시 올 수 있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그때의 실패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의지를 밝혔다.

풋풋한 대학생 신분에서 시작된 그의 월드컵 도전기가 중년의 지도자 시기에서 다시 이어진다. 파란만장 홍명보 축구 인생에 2026 월드컵은 어떤 페이지로 채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