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5일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제 예선이 2경기 남았다. 특히 이라크전은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 "더운 날씨, 그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 짧은 준비 기간 등을 모두 감안해 선수를 선발했다. 코칭스태프가 정한 최우선 조건은 현재 경기력"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을 비롯해 유럽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자원들이 긴 정규리그를 끝낸 터라 체력이 떨어졌고 실전 감각도 시즌 중과 차이가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리고 현재 K리그1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전진우, 김진규, 박진섭(이상 전북), 문선민(FC서울) 등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그 선택이 적중했다.
홍명보호는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9차전서 2-0으로 승리했다. 5승4무(승점 19)가 된 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최종 10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11회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까지 합치면 12번째 본선이다.
예상대로 쉽진 않은 경기였다. 휘슬이 울리고 전반 중반까지는 소유권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무승부만 거둬도 본선을 확정하지만 한국도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아직 직행 가능성이 남은 이라크도 과감하게 맞섰다. 그러던 전반 26분,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이라크 핵심 공격수 알리 알하마디가 공중볼 경합 과정서 홍명보호 센터백 조유민의 얼굴을 발바닥으로 가격, VAR 판독 결과 퇴장 당했다. 알하마디의 퇴장 후 흐름이 급격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이후 한국은 경기를 주도하면서 계속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이재성의 헤더와 이강인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등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아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골을 넣겠다는 의지와 함께 수비형MF 박용우를 빼고 공격적인 센스가 돋보이는 김진규를 투입했다. 김진규는 현재 K리그1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현대 중원의 핵이다.
투입과 동시에 적극적인 움직임과 크로스로 자신감을 보인 김진규는 후반 18분 답답한 체증을 뚫어내는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박스 안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김진규는 골문 구석을 향하는 인사이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좁은 공간에서 침착하게 공을 잡아 놓고 골키퍼 위치까지 확인한 뒤 정확하게 밀어 넣었는데, 역시 '현재 폼'을 입증하던 장면이었다.
추가골에서는 김진규 동료이자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 전진우가 빛났다. 후반 29분 교체로 필드를 밟은 김진규는, 전북에서 그가 잘하는 플레이로 오현규의 2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후반 38분 황인범의 도전적인 스루패스가 전진우에게 향했고, 전진우는 빠른 발과 정확한 컨트롤로 공을 잡은 뒤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오현규에게 낮은 크로스를 보내 추가 득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진규가 그러했듯, 현재의 감이 좋기에 가능했던 플레이다.
이라크 원정에서 본선행을 확정하지 못하면 최종전 부담이 아주 커질 상황이었는데 대표팀 경력이 많지 않은 K리거들이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진규는 3년 만의 A대표팀 복귀였고 전진우는 생애 첫 소집이었다. 감독의 선택은 옳았고, 선택받은 카드들은 몫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