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내년 북중미 3개국(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월드컵 초대장을 받은 축구대표팀이 예선 마지막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이미 본선행을 결정한 터라 무리할 이유는 없는 경기다. 홍명보 감독도 월드컵 본선 엔트리 구성을 대비,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과에서 자유로운 무대지만 마지막 숙제는 해결해야한다. 홍명보호 출항 후 유난히 홈 경기 승률이 좋지 않았는데, '안방의 기운'을 바꿀 필요가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최종 10차전을 펼친다.
한국은 지난 6일 이라크 원정서 2-0으로 승리, 5승4무(승점 19)를 기록하며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했다. 부담을 떨쳐낸 우리 선수들은 사기가 올라 있고 쿠웨이트는 5무4패(승점 5)로 본선행이 좌절돼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쿠웨이트전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관중석의 팬들과 함께 'WE대한'이라는 문구를 형상화하는 카드섹션을 진행하고 전 관중이 태극기 클래퍼를 흔드는 장관도 준비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선수단이 다시 입장, 본선 출정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잔치에 어울리는 결과물이 나와야한다.
지난해 여름 출항한 홍명보호는 한동안 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했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후임 사령탑을 뽑는 과정에서 보인 대한축구협회의 어설픈 행정력과 불투명한 선임 과정이 도마에 올랐고, 협회장과 대표팀 감독이 국회로 불려나가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5일 팔레스타인과의 3차 예선 1차전이 열리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걸개그림과 함께 '우리 감독'과 '우리 선수'들을 향해 야유가 쏟아지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엎친 데 덮쳐 해당 경기 결과가 0-0 졸전이었으니 선수들은 더 작아졌고 팬들의 분노는 보다 커졌다.
이후로도 팬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았고 '잔디 이슈'까지 합쳐져 좀처럼 안방의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기들이 이어졌다. 결과물도 신통치 않았다.
이번 예선에서 홍명보호는 홈 경기보다 적진에서 보다 많은 승점을 챙겼다. 5승4무 중 원정경기 전적은 4승1무(승점 13)였는데 안방에서는 1승3무(승점 6)에 그쳤다. 2024년 10월15일 용인에서 열린 이라크전이 유일한 승리(3-2)였고 지난 3월 고양과 수원에서 펼쳐진 오만, 요르단전도 연거푸 1-1로 비기는 등 '안방 고양이'로 전락했다.

때문에 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쿠웨이트와의 최종 10차전은 집을 집다운 분위기로 바꿀 필요가 있는 경기다.
정부와 서울시의 관심 속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도 많이 좋아졌고 본선 진출을 확정하면서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누그러졌다. 오랜만에 상암벌이 붉은 물결로 채워지는 그림이 유력한데, 선수들이 시원한 승리로 화답해야한다.
전 세계가 놀란, 일사 분란한 축구장 단체 응원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이자 자랑이었다.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뜨거운 기운을 받고 본선을 향한 장도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방을 다시 안방답게. 홍명보호에게 주어진 예선 마지막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