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새 정부 출범 첫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3년간의 경영 성과를 두고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새 정부 출범 첫날 사의를 표명했다.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던 강 사장의 경영 성과를 두고 업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 강 사장은 KAI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을 찾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22년 9월 선임돼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후임 사장이 정해지는 대로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예고된 수순이라고 본다.


정부 관련 기관 지분율이 높은 KAI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교체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최대 주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분 26.41%를 보유,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등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강 사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도 인연이 깊어 취임 당시에도 정치적 배경이 앞선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에선 경영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방산 기업을 이끄는 데 우려를 제기했다. 취임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경영 평가도 엇갈린다. 강 사장 체제에서 T-50, FA-50 등은 K방산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26.3%에 불과했던 고정익 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46.91%까지 확대됐다. 회전익 분야에서는 국산 헬기 수리온 2대를 이라크에 수출했다.

KAI는 최근 필리핀 국방부와 FA-50 12대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항공기와 후속 군수지원을 포함한 7억 달러(약 9753억원)로 올해 들어 가장 큰 방산 수출 사례다. 이로 인해 강 사장이 임기 막바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높지 않다. 필리핀 수출 계약을 제외하면 임기 막바지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취임 전후 잇따른 전쟁으로 방위 산업에 유리한 국제 정세가 형성됐지만 경쟁사에 비해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KAI는 지난해 국내 방산 4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부진했다. 매출은 3조6337억원, 영업이익은 240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9%, 2.8% 감소했다.

폴란드·말레이시아에 FA-50 대량 수출도 전임 사장의 영업 성과를 이어받은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취임 6개월 만에 이뤄진 계약을 온전히 강 사장 몫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KAI는 전임 안현호 사장 시절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에 대한 기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임기 막바지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KAI는 최근 주력 분야의 대형 수주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9613억원 규모의 군용 헬기 UH/HH-60 성능개량 사업은 대한항공, 국내 첫 민간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위성 5호' 개발 사업은 LIG넥스원에 돌아갔다.

지난 4월에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 사장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위증교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KAI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KAI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CEO에 임명되는 관행 때문에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며 "후임 사장은 방산 분야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업을 경영해봤거나 최소한 그런 마인드를 갖춘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 관계자는 "구체적인 후임 인선 계획은 알려진 바가 없다"며 "차기 사장이 오기 전까지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강구영 사장이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