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한국 토종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다. 아카데미(오스카), 에미상에 이어 토니상까지 휩쓴 'K(케이) 콘텐츠'가 전성기에 '그래미' 수상 기록을 추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9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현지 시각 8일 오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 디자인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6관왕에 올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번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작곡 및 작사), 오케스트레이션(편곡상),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 등 뮤지컬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6개 트로피를 가져왔다.

1947년 시작된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공연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K 뮤지컬이 토니상에서 상을 탄 것은 지난해 제77회 때 린다 조가 의상디자인상을 거머쥔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국산 창작 뮤지컬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2016년 한국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뮤지컬은 지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현지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내년 1월 17일까지 공연이 연장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앞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가 세운 수상 기록에 이어 한국의 연극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앞서 2020년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부문 트로피를 안는 기쁨을 누렸다. 이는 한국 영화 역사 101년 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이듬해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며, 아시아 여성 배우로서는 두 번째였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이 제74회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각각 품에 안는 쾌거를 이뤘다.
에미상은 미국 텔레비전 과학기술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의 최고 흥행작의 기록을 세웠고, 국내외 각종 시상식을 휩쓰는 시상식 릴레이 끝에 에미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9일, '오징어 게임' 시즌3는 한국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황동혁 감독은 토니상 수상을 축하하며 "나도 (K콘텐츠가)오스카도 에미상도 수상했으니 남은 게 그래미와 토니겠다, 네 개가 미국의 4대 시상식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미는 방탄소년단(BTS)이 거의 받는다고 하고 못 받았고, 토니상은 가장 거리가 멀지 않나 했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국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진출해서 엄청난 평가 받고 있는 걸 몰랐고 기사 읽으면서 알았다, 너무 기뻤고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황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대중문화 4대 시상식 중 그래미 어워즈는 한국 콘텐츠가 오르지 못한 유일한 시상식이다. 물론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는 1993년 제3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오페라 레코딩상'을 받았다.음향 엔지니어 황병준도 2012년 제5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클래식컬 엔지니어드 레코딩상'(최우수 클래식 녹음기술) 및 2016년 제58회 때 '베스트 코럴 퍼포먼스상'(최우수 합창 연주상)을 각각 탔다. 하지만 한국 대중가수, 즉 K팝 가수가 트로피를 거머쥔 적은 없다.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2023년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는 솔로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 멤버 7명을 비롯해 피프티 피프티,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등 K팝 가수들이 그래미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과연 한국 대중가수 및 K팝이 그래미 어워즈까지 수상, K콘텐트가 미국 대중문화 4대 시상식을 모두 휩쓸고 그랜드 슬램을 차지할 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