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우리영화 포스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영화감독 남궁민과 시한부 자문 전여빈이 함께 만드는 '우리영화'가 크랭크인했다. '우리영화'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맛이 자극적인 SBS 금토 드라마에 익숙한 안방극장에 통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베일을 벗은 SBS 새 금토 드라마 '우리영화'(극본 한가은, 강경민/연출 이정흠)는 다음이 없는 영화감독 이제하(남궁민 분)와 오늘이 마지막인 배우 이다음(전여빈 분)의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첫 방송에서는 5년 만에 차기작을 만들기로 결심한 이제하(남궁민 분)와 작품의 자문을 맡은 시한부 환자 이다음(전여빈 분)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렸다.


이제하는 영화계의 거장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감독이 된 인물. 데뷔작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지금은 소포모어 징크스에 사로잡혀 삶의 목적을 잃은 인물이다. 그는 5년의 긴 공백을 보낸 후 아버지의 '하얀 사랑' 리메이크 연출을 제안받는다. 옛날 신파 감성이라며 제안을 거절하려 하지만, 이 영화가 자신의 어머니가 초고를 썼다는 점, 또 야한 장면을 무기로 영화를 제멋대로 다루는 감독 손에 영화가 넘어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연출에 나선다.

그런 그 앞에 어딘가 좀 남다른 여자 이다음이 등장한다. 매일 캠코더를 들고 다니는, 어딘가 좀 이상한 여자 이다음이 나타난다. 하루에도 숱하게 스치는 인연 중의 하나로 끝날 뻔한 이 만남은 이다음이 극 중 필요한 '시한부' 설정의 자문으로 등장하며 새로운 운명을 예고했다.

'우리영화'는 잔잔하다. 극적인 갈등보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든다. 무심한 듯 냉소적인 주인공 이제하의 깊은 상처, 배우 채서영(이설 분)의 과거 인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담하게 담는다. 구김살 없이 명랑한 이다음이 장례지도사를 찾아 빈소를 화사하게 꾸미는 방법을 묻는 장면은 그가 시한부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떨지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시한부 멜로'의 장르로 예상되는 신파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는다. 담담한 화법은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슬픔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예고하는 듯하다.

SBS 우리영화

아쉬운 것은 극초반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삶의 의미를 잃은 남자 주인공, 절망적인 상황에도 밝음을 잃지 않은 여자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다. 인물 자체가 매력이 없다 보니, 이들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포장하는 과정이 작위적인 '억지텐션'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벤치가 비어 있어도 꼭 여주인공이 있는 벤치에 앉는 할머니, 남주인공의 성공을 시기하는 또 다른 영화감독 등 몇 안 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꼭 짜놓은 것처럼 부자연스럽다.

잔잔하고 담백한, 또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우리영화'의 색채이지만 이 점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우리영화'가 편성된 SBS 금토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 다소 무리한 설정이어도 권선징악에 나서는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안기는 이야기로 흥행을 이어온 블록이다.

'우리영화'는 전작들의 특징이었던 오열과 비명, 때리고 부수는 각종 효과음을 없애고, 인물의 나직나직한 목소리, 눈빛과 감정의 섬세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확실히 차별화되지만 느리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전여빈은 '우리영화'의 심심한 맛을 '평양냉면'에 비유하며 여름에 어울리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또 남궁민은 "정통멜로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많다, 시한부니까 신파? 이래도 안 울어? 그런 드라마는 전혀 아니다"라며 "금토 드라마 자리에 맞지 않는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 드라마의 주제를 충분히 표현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우리영화'는 두 주인공이 함께 영화 '하얀사랑'을 만들기로 결심, 보다 더 특별한 이야기로 전개될 것을 예고했다. '그저 그런 신파가 아니'라는 이들의 '하얀사랑'이 어떤 색깔일지, 또 '우리영화'는 어떻게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