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왼쪽) 최설아 부부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결혼 11년 차 코미디언 부부 조현민과 최설아는 최근 방송을 시작한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시즌2'를 통해 웃음 가득한 일상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아침부터 성형을 둘러싼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는가 하면, 콩트 같은 유쾌한 순간들로 영락없는 코미디언 부부다운 활약을 보여주며 안방에 큰 웃음을 줬다. 최설아는 출연 소감에 대해 "'우리가 평범하지 않았구나'를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조현민은 2006년 MBC 15기 특채 개그맨, 최설아는 2008년 MBC 17기 공채 개그우먼 출신이다. 이들은 서로를 지지하는 부부간의 완벽한 팀워크로 코미디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민은 지난해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로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활약 중으로, 최설아는 그런 남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병원에서 직장인으로 근무하며 가정의 안정을 책임져왔다.


조현민 최설아 부부는 무대와 현실 사이 균형을 맞춰가면서도 코미디언으로서의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최설아는 직장인이자 엄마와 아내로 살아가면서도 "숯불의 빨간 불씨처럼 꺼지지 않고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는 고백으로 코미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짐작게 했다. 조현민은 "아내가 10년 동안 제 꿈을 위해 달려왔다면, 이젠 제가 와이프에게 미션을 줄 차례"라며 응원했다.

두 사람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방송 출연 이후의 변화, TV 밖에서의 모습, 코미디언으로서의 노력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꾸밈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대중에게 친근한 언니 오빠, 누나 형이 되고 싶다"는 이들이 앞으로 '1호가 될 순 없어'에서 어떤 일상을 보여줄지도 더욱 기대를 모은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53번째 주인공 조현민 최설아 부부를 만났다.


조현민(왼쪽) 최설아 부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 조현민 최설아 부부 편①에 이어>

-각각 활동 20년 차, 18년 차가 됐더라. 그간 활동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

▶(조현민) 아내 말이 맞았다고 다시 생각이 든다. 개그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아내가 제게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구름 같은 일이지 않나.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도 모르고, 버틴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내 덕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코미디언으로서의 활동을 '구름'에 비유한 이유는 뭔가.

▶(조현민) 코너를 짜든, 공개 코미디를 하든, 웃기지 않으면 그냥 추억일 뿐이다. 대중에게 아무 영향도 줄 수 없다. 20년을 해도 안 뜨면 인생을 갉아먹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내가 그 20년을 함께 버텨줬다. 고마운 마음이다.

최설아(왼쪽) 조현민 부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남편의 활동을 어떻게 지켜봤나.

▶(최설아) 저는 목표가 뚜렷했다. 오빠가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오빠가 얼마나 웃긴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빠의 성공이 내 꿈이었다. 하지만 이 말 뒤에 숨은 속뜻이 있다. '남편이 성공해서 내가 등에 업고 방송하며 편하게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도 있었다.(웃음)

▶(조현민) 그래서 나도 쉽게 포기를 못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설아) 사실 저도 못된 말을 많이 했다.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둬"라고도 했었다. 올해 초엔 진지하게 얘기하면서 오빠한테 상처도 많이 줬다. 당시에 많이 속상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는 말은 좀 기분이 나쁘더라.(웃음)

-1년 전 '개그콘서트'를 통해 공개 코미디 무대에 다시 섰다. MBC 출신이시기도 한데, 타사 무대에서의 느낌은 어땠나.

▶(조현민)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개그맨들이 좋아하는 코너를 몇 개 했던 덕에 후배들이 내 경력을 인정해 줬다. 사실 방송사를 옮길 때 경력 없이 가면 서러운 경우가 많은데 후배들이 먼저 "코너 같이 짜고 싶다"고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KBS가 받아줬고 개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KBS가 원래 내 회사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KBS 파이팅이다.(웃음)

조현민(왼쪽) 최설아 부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게 된 계기가 있었나.

▶(조현민)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가장 컸던 건 친한 형 한 명의 말이었다. 그 형은 원래 그런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개그콘서트가 새로 시작하는데, 네가 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진지함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고향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평소 제가 무대에 서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줬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연말쯤에 은연중에 "KBS도 한번 해봐"라고 얘기했었고, 이틀 뒤에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그 말이었다. 그게 마음에 남게 되면서 "그래,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고향 친구들하고도 얘기를 나눴다. "그 친구가 살아 있었다면 엄청 좋아했을 거다”라고 하더라. 그 두 가지 사건이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KBS 후배들에게 직접 연락해서 "나 할래"라고 했다. 다행히 이광섭이라는 친구랑 같이 코너를 짤 수 있었고, 그렇게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

-남편의 활약은 어떻게 봤나. 어떤 응원은 해줬는지.

▶(최설아) 사실 저는 오빠 개그가 제 취향은 아니다. 둘이 개그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고생하는 걸 아니까 '스타가 됐으면 좋겠다'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늘 있었다. 하지만 응원은 안 했다. 오히려 민망할까 봐 피했다. 코너라는 게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도 해서 오빠 앞에서는 방송을 보지도 않았고, 아무 티도 내지 않았다. 부담 주는 걸 싫어해서 그랬다.

▶(조현민) 추성훈 선수가 링에서 싸울 때, 야노시호 씨가 그걸 제대로 못 봤다고 하더라. 가족은 그런 걸 잘 못 본다. 아내가 뭘 할 때도, 저 역시도 그 감정이 든다. 세상과 싸우고 있는 상황인 걸 아니까 옆에서 피드백을 제대로 해줄 수가 없다. 가족끼리는 '그 펀치 피했어야지'라는 말을 오히려 못 한다. 안 보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서로의 개그 스타일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조현민) 저는 조금 현학적인 편이다. 뭔가 머릿속으로 몇 바퀴는 돌려야 웃음이 나오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아내는 직관적이다. 만약 둘이 코너를 짠다면, 협업이 된다면 정말 재미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은 안 하기로 했다.(웃음)

▶(최설아) 진짜 많이 싸웠다. 그래서 아예 같이 안 하기로 했다. 보통은 서로 "그래, 그래" 하면서 맞춰주는데, 웃음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둘 다 너무 확고했다. 저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예전에 유튜브 하려고 하다가도 "아니야, 우리 둘은 안 돼" 하고 말았다.

▶(조현민) 서로가 서로의 개그 스타일을 인정했으면 빛이 났을 텐데, 감이 안 맞더라.

▶(최설아) 오빠는 좀 더 어려운 개그를 하는 편이다. 다른 개그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왜 쇼츠를 보겠나. 길고 복잡한 걸 힘들어한다. 그런 부분에서도 오빠랑 자주 부딪혔다.

▶(조현민) 맞다. 논리도 다르고 감도 다르다. 서로 개그를 대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나라로 비유하자면, 미국파, 중국파처럼 문화가 다르다고 봐야 할 정도다. 그래서 결론은 일은 같이하지 말자는 것이다.(웃음)

-최근에 '자초하신 일입니다'라는 새 코너를 시작했다. 팀워크는 어떤가.

▶(조현민) 팀워크가 이전보다 훨씬 좋다. 두 후배인 김지영 이수빈 또한 각자 유튜브 채널도 잘 운영하고 있었고, 둘이도 호흡이 잘 맞더라. 작가님도 감성이 잘 맞아서 아이디어 짜는 과정도 매끄럽게 흘러갔다. 소품도 많이 필요하고 제작이 복잡했는데 이 친구들이 걱정말라며 만들어왔다. 글루건을 들고 와서 소품을 만들고, 깃털이 부족하다고 시장을 뛰어다니며 채워왔더라. 방송 전날 아침까지 만든 소품이 방송국 기술팀이 만든 것보다 더 개그 느낌이 났고, 결국 그 소품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 그걸 보면서 너무 고마웠다. 요즘 이런 팀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대충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친구들은 진심이었다. 이 친구들이 전폭적으로 따라와 주니까 너무 든든했다. 그래서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사 공개 코미디로는 '개그콘서트'가 유일하다. 코미디언들에게는 소중한 무대인데.

▶(조현민) 지난주 녹화 끝나고 감독님이 했던 말이 인상 깊었다. 예전에는 '개그콘서트'가 KBS 소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개그맨들의 무대'라고 느끼게 됐다고 하셨다. 수신료로 만들어진 만큼, 어쩌면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은 단순히 '직업'으로, 출연료 받는 일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진심을 담아 말하니, 우리도 책임감이 생기더라. 선배들 사이에서도 "진짜 우리가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거 없어지면 또 언제 할 수 있겠나" "이번이 마지막 무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MBC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방송국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솔선수범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조현민 최설아 부부 편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