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3D프린팅 투명 교정기 제조 기업 그래피에 비교기업 불확실성이 떠오른다. 사진은 그래피 제품 이미지./사진=그래피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3D프린팅 투명 교정기 제조 기업 그래피에 비교기업 불확실성 논란이 제기된다. 해외 기업만 비교해 공모가를 책정했기 때문.

그래피가 지난 24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회사는 희망 공모가 1만7000~2만원으로 신주 195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예상 공모금은 332억~390억원 규모다. 공모가를 결정하는 기관 수요예측은 다음 달 15~21일 진행, 같은 달 24~25일 청약에 나선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공동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강점(Strength)

형상 기억 투명교정장치(SMA)를 만드는 그래피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형 글로벌 회사들 몫을 가져오고 있는 '수출 효자'다. 매출이 2022년 43억원에서 2023년 104억원, 지난해 161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해외 비중이 81.1%에 달한다.

그래피가 만드는 SMA는 3D 프린팅이 가능한 광경화성 고분자 소재를 사용해 기존 브랜드보다 편리하고 편안한 사용감을 제공한다. 치료 예측성도 높은 편이다. 광경화는 빛을 이용해 물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피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전문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2개 획득했다. A등급은 장래 환경 변화에도 크게 영향 받지 않을 수준으로 사업성을 가진 기업에 부여하는 등급이다. 혁신 기업 육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로 기준이 까다롭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A등급 1개 이상 획득해야 하는데 평가 준비에만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약점(Weakness)

재무구조는 빈약하다. 2021년 5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91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순손실도 72억원에서 326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이 1만4447%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이고 차입금의존도와 유동비율 등이 업종 평균을 웃돈다.

기존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가 많다는 점도 공모 구조에서 약점으로 꼽힌다. 상장 첫날 유통가능물량은 37.75%으로 평범하지만 FI 물량이 20%가량으로 공모주주(17.66%)보다 높다. 기존 주주들은 공모 주주보다 상장 시점을 '익절' 기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엑시트에 따른 주가 하락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 그래피는 지난해 무상증자로 주식 수를 3배로 늘리면서 회사 가치를 기존 주주들과 나눴다.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상장이 가시화 될 때 무상증자나 액면분할로 주식 수를 늘리는 사례가 흔하다. 액면분할은 단순히 주식을 나누기만 해 가치 변화가 없는 반면 무상증자는 회사 자본 잉여금을 사용해 기존 주주에 호재로 인식한다.


상장 직후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2.58%다. 물량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 절반을 밑도는 8900원 이하로 실제 전환 청구해 매도하면 주가에 압력을 줄 수 있다.

그래피 관계자는 무상증자와 스톡옵션 등에 "당장은 답변이 곤란하다"며 "다음달 기업설명회에서 준비된 내용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기회(Opportunity)

그래피 제품 이미지./사진=그래피

그래피는 강점인 수출 확대로 수익성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2023년보다 198.3% 성장한 일본 매출이 전체 약 18.8%로 가장 큰 데 이 흐름을 미국과 중국 시장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치과교정 시장은 2015년 약 46조원 규모에서 2020년 약 70조원 시장으로 성장해 연 평균 8.3% 성장률을 보인다. 2030년에는 약 15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래피 관계자는 세계 시장 진출에 "증권신고서 추정 실적에는 미국과 중국 매출을 보수적으로 반영했다"며 "연기 우려가 있어 확정은 아니지만 중국은 당장 내년부터도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협(Threat)

기업 가치 평가는 위협요인이다. 그래피는 공모가를 정하기 위해 비교한 유사 기업을 해외 기업인 얼라인 테크놀로지, 스트라우먼 홀딩에이지, 모던덴탈그룹으로 정했다. 그래피는 국내에 투명 교정기가 주력 사업인 기업이 존재하지 않고 비주력 기업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기재했다.

제한적이라는 뜻은 비주력 기업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뜻이다. 치과용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덴티스는 지배주주로 있는 자회사를 통해 3D프린팅 투명 교정기를 수출한다. 주력 매출이 3D프린팅 투명 교정기는 아니어도 이는 그래피 비교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트라우먼 홀딩에이지와 모던덴탈그룹은 각각 임플란트와 크라운·브릿지 등 보철물 매출이 절반 이상이다. 얼라인 테크놀로지스만 3D프린팅 투명 교정기 시장 과반을 차지한다.

애초 상대가치 평가법에는 완전히 동일한 비교기업을 선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잠재 성장력이 높은 기술로 유사 기업을 찾기 더 힘들다. 그런데도 기업 수가 훨씬 많은 해외보다 국내 기업과 비교하는 이유는 국내 제도와 시장 영향에 따라 기업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피처럼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 프로티나도 국내 기업 2곳을 넣었다. 국내에 직접 경쟁하거나 유사 기술을 가진 기업이 없다는 판단에도 국내 기업을 포함할 수 있는 별도 기준을 만들어 적용했다.

주관사인 KB증권 관계자는 "덴티스가 다른 기준을 충족하기는 하지만 지난해 2분기에서 올해 1분기까지 순손실이 5억3700만원 발생했기 때문에 비교 기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덴티스 순이익은 온기 기준으로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3억원, 2023년 25억5000만원, 지난해 22억7000만원 등이다. 결국 흑자가 났던 지난해 1분기를 빼고 적자가 난 올해 1분기를 반영해 제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