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IA와 LG의 경기 6회말 LG 공격 2사 1, 3루 상황에서 박동원이 홈런을 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하나부터 열까지 안 풀리던 경기였는데, 홈런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꿨다. LG 트윈스가 13일 만에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박동원의 벼락같은 스리런이었다.

박동원은 "운이 좋았는데, 코치님의 조언 덕분이었다"고 모창민 타격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LG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KIA 타이거즈에 4-3으로 이겼다.

시즌 44승(2무 31패)째를 거둔 LG는 이날 SSG 랜더스에 6-8로 역전패한 한화 이글스(44승 1무 31패)와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LG가 순위표 맨 위에 오른 것은 지난 14일 이후 13일 만이다.


5회까지만 해도 LG는 답답한 야구를 펼쳤다.

4회초 3루수 문보경의 2루 송구 실책이 빌미가 돼 2점을 헌납했고, 5회초에도 문보경의 실책이 나와 위기를 자초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타선마저 KBO리그 현역 최다승(184승)을 거둔 양현종에게 꽁꽁 묶이며 안 풀렸다. 4회말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구본혁이 포수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IA와 LG의 경기 6회말 LG 공격 2사 1, 3루 상황에서 박동원이 홈런을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경기를 그르칠 것 같던 LG는 6회말 공격에서 단번에 흐름을 바꿨다. 박동원이 2사 1, 2루에서 양현종의 초구 높은 체인지업을 공략해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기세를 높인 LG는 8회초 패트릭 위즈덤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으나 8회말 문성재의 결승타로 승리를 가져왔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박동원은 홈런 상황에 대해 "양현종 투수가 2회 첫 대결 때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모창민 타격코치님이 6회 타격 때 '이번에도 체인지업을 던질 것 같다'고 조언해주셨다"며 "그동안 타격코치님이 좋은 지도를 해주셨기 때문에 믿음이 강하다. 그래서 그 조언대로 초구 체인지업을 생각하고 타격했는데, 운 좋게 홈런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박동원의 6월 타율은 1할대(0.189)다. 3~4월과 5월 타율이 각각 0.316과 0.303으로 좋았던 걸 고려하면 페이스가 꺾였다. 그래도 최근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쳤고, 홈런도 두 개를 터뜨리는 등 반등하는 중이다.

그는 "26일 KT 위즈전에서 안타 한 개만 쳤지만 잘 맞힌 타구가 두 개 더 있었다. 조금 더 운이 있다면 다시 많은 안타를 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박동원은 '너무 잘하는' 한화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쳐서 힘들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야구를 잘하는 팀은 한화뿐이 아니다. LG 역시 무너지지 않고 선두를 탈환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IA와 LG의 경기에서 박동원을 비롯한 LG 선수들이 4대 3으로 승리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6.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박동원은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몇 경기 남지 않았다.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염경엽 감독님께서 '올스타 브레이크 때 하루 휴식을 취할 테니 그전까지 조금 더 힘내자'고 말씀하셨다. 다들 책임감을 갖고 더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지만, 박동원은 자책하기도 했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박동원은 자신의 홈런으로 역전한 뒤 7회말 포수 마스크를 썼다. 뒤이어 8회초 위즈덤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것이 개운치 않았다.

그는 "포수로서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잘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데 8회초 바로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내가 투수에게 사인을 잘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내가 타자로 잘 때려 득점하는 것보다 이런 부분이 더 많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