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전북현대의 질주가 무섭다. 대나무가 쪼개지듯 거침이 없다. 원래 강호였으니 지금의 상황을 '이변'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바닥을 쳤던 팀이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으니 놀라운 반전이기는 하다. 2024년 강등을 걱정했던 전북이 2025년 시즌 더블(2관왕)까지 바라보고 있다.
전북은 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전에서 후반 42분 터진 송민규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4강에 오른 전북은 2022년 이후 3년 만의 코리아컵 우승이자 대회 통산 6번째 정상을 향한 여정을 이어간다.
최근 K리그 17경기 무패를 포함, 각종 대회에서 19경기 동안 지지 않던 전북 입장에서도 이날 경기는 꽤 부담스러웠다. 서울의 전의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기성용을 방출했다. '팀을 위한 결정'이라고는 하나 이 명분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잡아야하는 서울로서는 전북전 승리가 절실했다. 리그 최강을 잡아낸다면 김기동 감독의 결정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응원 보이콧을 철회하고 다시 서울을 외치는 팬들을 위해서도 4강 티켓이 꼭 필요했다.
서울은 경기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리그 최강을 압박했다. 전체적인 내용도, 실질적인 슈팅 숫자에서도 서울이 앞섰다. 그런데 결정타는 전북에서 나왔다. 후반 42분 역습 상황에서 송민규가 수비수를 앞에 두고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가는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전북의 무패는 이어졌다.

내내 몰아치고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서울의 결정력도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흐름을 내줬음에도 결국 지키고 버티다 결과를 챙긴 전북의 힘이 느껴진 경기였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팀. 잘 나가고 있는 팀의 전형이다.
전북 관계자는 "예전에 팀이 한창 좋을 때, '닥공'이라 불리면서 리그를 지배할 때의 느낌이 조금은 나오는 것 같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졌고 특히 포옛 감독에 대한 신뢰가 아주 높다"면서 "그래도 체력적으로 지쳐 있던 것은 사실인데, 마침 적절한 휴식기가 주어져 반갑다"고 밝혔다.
공식전 20경기 무패(15승5무)라는 구름 위에 올라탄 전북은 이제 달콤한 휴식에 돌입한다. 7월7일 막이 올라 16일까지 진행되는 E-1 챔피언십 때문에 K리그1 일정이 중단되는 까닭이다. 전북만 쉬는 것은 아니지만, 힘든 줄 모르고 질주했던 전북은 최상의 분위기에서 충전할 수 있는 여유가 마련됐다.
정규리그에서는 13승6무2패 승점 45점으로 대전(9승8무4패 승점 35)에 10점 앞선 단독 선두다. 그리고 코리아컵에서도 4강에 올랐다. 아직 일정이 꽤 남아 있지만, 조금씩 2관왕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매년 출전하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기에, 정규리그와 FA컵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라 여느 해보다는 수월하기는 하다"면서 "작년, 재작년 부진했던 것을 조금 회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전북은 7월19일 포항과의 원정 경기를 통해 일정을 재개, 정규리그 18경기 무패에 도전한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성용이 포항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를 수 있어 해당 경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