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학전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공연예술단체 학전이 고(故) 김민기 대표의 1주기를 추모하는 '김민기' LP를 발매하고,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을 예고했다.
8일 학전은 "오는 21일 김민기 대표의 1주기를 추모하며 지난 1971년 발매된 고인의 첫 앨범인 '김민기'의 복각 LP를 제작, 발매한다"라며 "'김민기' 복각 LP는 본인의 작업이 진솔한 기록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른 첫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김민기' LP는 55년 만에 정식 재발매되는 것으로, 오는 21일부터 8월 10일까지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예약 주문할 수 있다. 판매 수익금은 설립 준비 중인 '학전김민기재단' 운영과 아카이브 작업에 사용된다.

'아침 이슬', '친구' 등이 수록된 '김민기' LP는 1971년 10월 초판과 이듬해 2월 재판으로 총 500장이 제작됐다. 하지만 이 앨범은 1972년 봄 그가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 초대돼 노래 부르기를 지도한 다음 날 경찰서로 연행된 이후, 당국에 의해 잔여 분량 전체가 회수, 판매금지 되었고 이때 오리지널 동판 프레스까지 압수, 폐기됐다.


1971년 음반 발매 후 학교 옆 다방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그대로 뛰쳐나왔다는 20세 청년 김민기와, 2004년 '철 모르고 세상에 내놓았다가 이상하게 돼 버렸던, 오랜 세월을 버려두었던 자식들을 더 이상 죄짓기 전에 호적이라도 찾아주는 마음'으로 CD 복원 작업을 했던 53세 중년 김민기를 거쳐온 음반 '김민기'는 2025년 LP로 다시 세상과 만난다.

고 김민기 1주기를 맞아 내놓는 '김민기' 복각 LP는 1971년 발표 이후 절판된 정규앨범의 복원을 통해 그의 음악적 유산을 재정리하는 아카이브 작업의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짧지 않은 세월 고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왜곡과 질곡의 시간을 겪어낸 이 앨범이 오롯이 음악 그 자체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 이번 복각 작업은 김민기의 목소리와 연주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1971년도 오리지널 음반을 복수로 수집, 최신 기술로 새롭게 음원을 복원한 후 사운드의 상태가 가장 좋은 곡들을 선별해 LP 형식에 맞게 리마스터링하는 과정을 거쳤다.

패키지 커버는 서울대 미대 선배들의 참여로 만들어졌던 원본 커버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하되 동시대 감각에 맞는 디자인으로 재탄생됐다. 또한 아카이브 작업의 출발점인 만큼 1971년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 김민기의 성장과 음악적 궤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친필 악보와 메모, 사진 등이 40 페이지 분량의 책자에 함께 실릴 예정이다. 1971년 당시 당국의 심의로 인해 '종이연'으로 곡 제목을 변경해야 했던 곡 '혼혈아'도 원래의 자리를 찾아 복각 LP에 기록된다.


또한 학전은 "학전과 김민기의 작업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기 위해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인과 학전의 문화적 유산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학전은 고 김 대표 타계 후 당신의 삶과 작업이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올곧게 기록되기를 희망했던 고인의 유지를 충실히 지켜가기 위해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학전김민기재단'은 고인이 일생에 걸쳐 남긴 작품과 작업을 기록, 보존하는 작업을 통해 후세에도 그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인의 뜻에 따라 1주기 추모 행사나 공연 등은 진행하지 않는다.

학전은 1971년 '김민기' 복각 LP 음반을 시작으로 김민기와 학전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하며, 올해 내 설립을 목표로 '학전김민기재단'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