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이상철 기자 = KBO리그 입성 한 달 만에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가 빠른 적응력이 성공의 밑거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꾸준하게 선발 출전 기회를 준 롯데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보아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 두산 베어스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많은 표를 받고 월간 MVP를 수상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제게 투표해준 분들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 300만 원과 트로피를 받게 된 감보아는 "상금을 어떻게 쓸지는 고민 중"이라며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선물할 생각이 있다"고 웃었다.
지난 5월 말 찰리 반즈의 대체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감보아는 단숨에 한국 야구 무대를 지배했다.
감보아는 6월 한 달간 5경기에 등판해 5승(무패)을 수확했고, 31⅓이닝 동안 삼진 30개를 잡으며 9실점(6자책)으로 버텨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다. 월간 다승 및 평균자책점 1위, 투구 이닝 2위로 빼어난 성적표다.
이 같은 전리품을 앞세워 감보아는 6월 MVP 투표에서 총점 55.09점을 기록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한국야구기자단 투표에서는 유효표 총 35표 중 30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롯데 선수가 월간 MVP를 받은 것은 2023년 4월 나균안 이후 2년 만이다. 롯데 외국인 선수 기준으로는 2017년 9월 브룩스 레일리 이후 무려 8년 만에 월간 MVP를 받았다.

감보아는 KBO리그에서 빠르게 연착륙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빠른 적응력을 꼽았다. 그는 "원래 새로운 곳에 가면 잘 적응하는 편"이라며 "또한 KBO리그 공인구가 내 손에 너무 잘 맞는 부분도 컸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선발(41경기)보다 구원(90경기) 등판이 더 많았던 감보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그는 7월 첫 등판 경기였던 2일 LG 트윈스전에서도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6승(1패)을 수확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11까지 낮추는 등 리그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감보아는 "선발 투수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라며 "확실한 루틴 아래 선발 등판을 준비하면서 체계적인 관리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야구장에 도착한 뒤에도 내가 오늘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몰랐다. 즉흥적으로 임무를 부여받고 경기에 나섰다"며 "롯데에 입단한 뒤에는 모든 게 달라졌다. 이렇게 (심리적 안정감 속에)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투구하는 게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평범한 보직일 수 있지만, 풀타임 선발 투수는 감보아에게 오랜 꿈이었다. 그는 "꾸준하게 선발 투수로 나서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한국에 와서 이를 이뤘다. 이전 소속팀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해준 롯데 구단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은 감보아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 감보아는 과거 불확실한 수입에 비시즌 때 세차 일을 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롯데와 이적료 10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옵션 3만 달러 계약을 맺은 그의 생활은 이제 안정됐다.
롯데 입장에서도 감보아는 '복덩이'다. 롯데는 새로운에이스 감보아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기 3경기를 남겨두고 공동 2위에 올라있다. 2017년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꿈도 조금씩 커지는 중이다.
단숨에 감보아는 야구 열기가 뜨거운 부산에서 '영웅'이 됐다. 감보아는 "부산에서 돌아다니면 정말 많은 팬이 알아봐주신다. 미국에서는 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며 "내가 야구해서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잘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