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의 경솔한 말 한마디가 출연자와 시청자의 불쾌감을 부르고 결국 제작진의 사과로까지 이어졌다. 사진은 방송인 김진웅. /사진=김진웅 인스타그램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 제작진이 김진웅 KBS 아나운서의 '서브' 발언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당귀' 제작진은 지난 27일 공식입장을 통해 "지난주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많은 분께 실망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욱 책임 있고 성숙한 방송으로 보답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4일 방송된 '사당귀'에서였다. 김진웅 KBS 아나운서는 같은 방송사 소속 엄지인 아나운서가 결혼 잘한 남자 후배로 장윤정의 남편 도경완을 꼽자 "난 도경완 선배처럼 누군가의 서브로는 못 산다"고 발언해 지탄을 받았다. 이를 내보낸 '사당귀' 역시 무례하다는 질책을 받아야 했다.

방송 이후 가수이자 도경완 배우자인 장윤정은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해당 기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친분도 없는데 허허. 상대가 웃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은 농담이나 장난이 될 수 없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다"고 적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진웅은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스스로에겐 귀하게 찾아온 기회인 듯해 의욕만 앞서다 보니 신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다"며 "도경완 선배님은 항상 배고프면 연락하라고 말씀하실 만큼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한 선배님이셨는데 제가 큰 폐를 끼치게 돼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


이후 장윤정은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번호를 수소문해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 사과를 해왔다면 그 마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진웅의 사과를 수용했다. 도경완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희 부부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희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단단하게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진웅으로부터 사과 문자를 받았다면서 "이번 일로 우리 가족과 우리 가족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속이 상했지만, 이에 따라 누군가 또 상처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다시 밝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사태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웨이브 측은 문제 발언이 포함된 320회를 비롯해 일부 회차(165, 167회, 248회, 251253회)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웨이브 측은 "방송사의 요청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김진웅 아나운서의 모든 프로그램 하차 및 퇴사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공영방송 아나운서는 국민 앞에서 신뢰와 품격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반복했다. 아나운서로서 기본적인 언행 관리조차 하지 못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진웅 아나운서의 방송 태도가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KBS 아나운서실 수장 25기 이재홍 아나운서 등 KBS 아나운서가 모두 모인 '2024 파리 올림픽' 사전 준비 회의에 15분이나 지각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탁구 캐스터를 맡은 그는 차별화를 꾀할 만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기존 KBS 색을 빼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내뱉어 선배에게 한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모습은 '사당귀'를 통해 적나라하게 다뤄졌고 박명수는 "KBS 색을 빼는 게 아니라 KBS에서 쟤를 빼는 게 나을 거 같다"라고 지적했다. 전현무 역시 "제가 봤을 때 한 5년 본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한 김진웅 아나운서는 '2024 총선 개표 생방송'에서 허둥지둥 대본을 넘기며 무려 15초동안 대형 방송사고를 냈다. 당시에 대해 엄지인은 "제가 더 황당하게 뭔지 아시냐. 저런 대형 사고를 쳤으면, 경위서를 쓸만한 상황인데 얘(김진웅)가 다음 날 뭐 하고 있던 줄 아시냐. SNS에서 방송 사고 영상 봤다고 하셨죠? 그거 자기가 올린 거다. 자기가 실수했다고 본인 SNS에 영상을 저렇게 올렸더라"라고 밝히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 현재 김진웅 인스타그램엔 문제의 대형 방송사고 영상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 지난해 4월17일 올린 게시물엔 영상과 함께 "내 삶을 바꾸는 사고 2024. 영원히 고통받겠지만 힘내자 #참회록 #방송사고 #흑역사"라고 실수를 자랑인 것마냥 전시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김진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해프닝은 한 아나운서의 경솔한 발언에서 시작됐지만 본인의 공개 사과와 장윤정의 성숙한 대응으로 일단락됐다. 다만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가정과 가족을 향한 무례한 언행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웅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KBS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 유일의 국가기간방송이자 대표 공영방송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문제의 발언을 편집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뒤따라 함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