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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창업계의 구심점이 되는 창업진흥원 수장으로 관련 경험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정치인 출신 인사가 선임돼 업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임 정부의 낙하산 논란에 더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전문성까지, 창업 생태계 위기 국면에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창업진흥원장으로 선임된 유 원장은 정치인 출신으로 스타트업, 창업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
1995년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대통령실 비서관, 민주당 대변인, 국회도서관 관장을 지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관악구청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21년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특별고문을 맡으며 당적을 바꾼 그는 취임 전까지 국민의힘 서울 관악갑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창업·벤처계와 거리가 먼 유 원장이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창업진흥원장으로 낙점되자 곧바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3월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유 원장을 언급하며 "자격도 전문성도 검증이 안 된 깜깜이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있었다거나 국민의힘 명함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의 비전문성 논란은 현재 창업 생태계가 처한 위기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창업 기업 수는 57만4401개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기술기반 창업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10만8096개에 그쳤다. 창업 기업 수와 기술기반 창업 모두 2021년 상반기 이후 4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업계의 혹한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11조9457억원으로 2021년(15조9371억원)보다 25.04% 줄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5조678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평균 영업손실은 1100억원이다.
창업진흥원은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51조에 의해 설립된 창업 촉진 및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유 원장은 취임사에서 "현장 중심의 정책 집행 기관으로의 재도약을 통해 정부의 창업 정책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위축된 시장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창업진흥원이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인물을 수장으로 삼으면서 업계의 불신이 적지 않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창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창업진흥원 원장은 현장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업계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으로 관련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위기를 돌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창업진흥원 측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