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9회만 되면 불안해지던 KIA 타이거즈가, 이번엔 9회가 되기 전부터 '대참사'를 빚었다. 한 시즌 최다인 21실점의 굴욕적인 패배다.
KIA는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21로 대패했다.
김도현을 선발투수로 내세운 KIA는 3회초 윤도현의 솔로홈런으로 먼저 점수를 뽑았다. 김도현은 4회까지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를 이어갔다.
잘 던지던 김도현은 5회말 급격히 무너졌다. 선두타자 이원석, 손아섭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렸다.
이어진 타석의 하주석은 희생번트를 댔는데, 포수 김태군이 잡아 3루 승부를 노렸다. 타이밍상으론 아웃을 노릴 수 있었지만 3루수 윤도현의 베이스커버가 늦었고, 결국 모든 주자가 살아 무사 만루가 됐다.
김도현은 문현빈을 외야 뜬공으로 유도해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맞바꿨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노시환에게 역전 3점홈런을 맞으면서 무너졌다.

김도현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이진영, 김태연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이도윤에게 1타점 2루타, 이재원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다 5회에만 7실점, 결국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KIA의 흔들린 마운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7로 추격한 뒤 6회말을 맞았는데, 추격조로 등판한 한재승이 5타자를 상대로 4피안타 1사구로 무너졌다.
급하게 투수를 김태형으로 교체했지만 이재원에게 2점홈런을 맞으면서 실점은 '13'까지 늘었다.
김태형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노시환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2이닝 2실점은 이날 KIA 투수 중에선 잘 던진 축에 속했다.
KIA는 8회 시작과 함께 '2006년생' 루키 이성원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성원은 이날 경기가 1군 무대 데뷔전이었다.
어린 신인은 좀처럼 제구가 되지 않았고 결국 볼넷 2개, 1피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등판한 또 다른 루키 이호민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고,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는 동안 승계주자를 포함해 6실점을 했다.
21실점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지난 7월31일 KT 위즈가 LG 트윈스에 18점을 내준 것을 뛰어넘은 '불명예' 기록이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마운드가 붕괴해 대량 실점하는 일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후반기 KIA의 흐름은 무척 아쉽다. 치고 올라갈 시점마다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무너지면서 발목이 잡혔고,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아 연패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KIA는 이 경기 직전에 치른 8월31일 KT 전에서도 6-4로 앞서던 경기에서 9회말 3실점 해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충격적인 역전패 이후 또다시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한 경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패배로 3연패에 빠진 KIA는 5위 롯데와의 격차를 3.5게임으로 유지했다.
아직 추격의 여지는 충분하나, 처진 흐름을 하루빨리 회복해야만 반전을 노릴 수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