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현지시각)부터 시작된 셧다운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로이터

지난달 1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이 35일째 지속되고 있다. 하루만 더 지나면 종전 최장 기록(2018년 12월22일∼2019년 1월25일, 35일)을 갈아치운다.

미 정부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공항,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미 국민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좀처럼 타협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화당 압박에 나섰다.

위기감 느낀 트럼프 대통령, 공화당 향해 필리버스터 종결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에 필리버스터 종결을 촉구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한 모습.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종결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 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공화당 의원들에게 상원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셧다운을 끝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글을 통해 '핵 옵션'을 거론했다. 이는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51명)으로 낮추는 것을 뜻한다. 만약 핵 옵션을 가동하면 다수당이 원하는 안건을 일방 처리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버스터를 끝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3년 동안 아무 법안도 통과되지 않을 것이고 공화당이 그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중간선거를 포함해 선거 결과는 참혹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필리버스터를 끝내면 우리는 역사상 어떤 의회도 하지 못한 모든 입법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공정하고 자유롭고 안전한 선거를 갖게 될 것이고 여성 스포츠에 남성이 뛰어드는 일이나 모두를 위한 트랜스젠더 정책도 없을 것이며 강한 국경, 대규모 감세와 에너지비용 절감, 민주당이 없애려는 수정헌법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도 지켜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책 승리를 계속 쌓아 나가면 민주당은 크게, 아주 오랫동안 패배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고 이 바보 같은 셧다운을 즉시 끝내라. 무엇보다도 우리가 수년 동안 꿈꿔왔지만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모든 위대한 공화당 정책들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셧다운 '또' 연장되면 어떻게 될까?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인해 항공,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피해가 급증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의 모습. /사진=로이터

셧다운으로 인해 피해가 제일 증가한 곳은 항공 분야다. 급여를 받지 못한 항공관제사 일부가 이탈하면서 비행기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 CNBC에 따르면 션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만약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우리는 전체 영공을 폐쇄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비행기로) 여행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시점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단지 지연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 항공 분야는 잠재적 영공 폐쇄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 내 대규모 저소득층 식량 지원 프로그램도 셧다운 장기화에 위기를 맞았다. 다만 지난 3일 미국 정부가 미 농무부는 이날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셧다운 기간 "영양 보충 지원프로그램(SNAP) 긴급 자금 전액을 지출해야 할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52억5000만달러(약 7조5810억원) 규모 긴급 자금을 소진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재원으로 충당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가 하루 내에 합의하고 셧다운을 끝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은 어떤 예산안이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 관련 보조금 연장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임시예산안을 우선 통과시키되 후에 ACA와 관련해 논의하자고 주장 중이다.

지난 4일 미국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뉴욕 시장 선거, 캘리포니아 선거구 재조정 주민 투표 등 일부 지역 지방 선거가 치러지는 것도 역대 최장 셧다운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해당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 승자는 선거 결과 여세를 몰아 예산안 협상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셧다운 장기화에 지쳐… 결국 중도파 미 의원들 나서

셧다운이 장기화되자 중도 성향 미 하원의원들이 타협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 중인 모습. /사진=로이터

셧다운 장기화로 인해 피해가 점차 극심해지자 중도 성향인 민주당·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타협안 추진에 나섰다. 지난 3일 악시오스에 따르면 중도 성향 공화당·민주당 하원의원 4명은 이날 셧다운을 끝낼 임시 예산안 초안을 제시했다. 타협안은 돈 베이커(네브래스카), 제프 허드(콜로라도) 공화당 하원의원과 톰 수오지(뉴욕), 조시 고트하이머(뉴저지) 민주당 하원의원이 주도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앉아 의견을 경청하면 공통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의료비 절감 문제에선 그렇다"며 "타협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약점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타협안은 오바마케어(ACA) 세액공제 연장 내용을 담고 있다. 강화된 보험료 세액공제 제도를 2년 동안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절충안으로 연 소득 20~40만달러(약 2억8880만~5억7760만원)인 고소득층에 대해선 혜택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단계적 상한선을 뒀다. 또 수혜자 사망 여부 확인을 의무화하고 부당 수혜 단속을 위한 기준도 새로 제시했다. 수혜자 세액공제 가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개혁안도 포함됐다.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진 않았지만,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하지도 않았다. 공화당 지도부 논의에 정통한 한 하원 공화당 의원은 소득 확인, 소득 상한선 등 이번 타협안에 담긴 것과 유사한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