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기차 운전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주행거리다. 겨울에는 낮은 기온에 따른 배터리 성능 저하와 실내 난방으로 인한 전력 소모가 겹치면서 전비가 줄어든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히트펌프와 윈터모드 등 다양한 겨울 특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영하의 날씨에서 상온 대비 20~30%가량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 기온이 내려가면 배터리 내부 전해질이 굳고 전자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탓이다. 내연기관차가 엔진의 폐열로 히터를 구동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으로 공기를 직접 가열해 겨울철 전기에너지 소모도 훨씬 크다.
히트펌프는 전기차의 대표적인 겨울 기술이다. 외부 공기의 열과 함께 전기모터, 통합전력제어장치, 온보드차저 등 전장 부품들이 내뿜는 폐열을 실내 난방에 활용한다. 한겨울 히터 사용으로 발생하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전비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출시한 쏘울 EV부터 히트펌프 시스템을 적용해 난방 효율을 끌어올렸다.
윈터모드도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에 기본으로 적용되고 있다. 윈터모드를 활성화하면 배터리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 또는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이 작동한다. 고전압 배터리 외부에 설치된 히터로 부동액 온도를 높여 배터리를 예열하는 기술이다.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하기 전 해당 기능을 미리 켜두면 배터리가 따뜻한 상태를 유지해 겨울에도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장거리 운전이나 고속도로 주행 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 시트를 활용한 난방 방식도 고도화되고 있다. 기아 EV9에 처음 적용된 현대트랜시스의 '저전력 카본 열선 시트'는 개발 단계부터 저전력·경량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트 열선에 카본 소재를 적용해 기존 금속 열선 시트 대비 소비전력을 15% 이상 줄이고 내구성은 두 배 이상 높였다. 열선이 목표 온도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10% 단축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EV9의 1·2열 시트에 처음 적용한 저전력 카본 열선은 기존 열선 대비 약 20~25W의 전력 저감, 2~5%의 난방 에너지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술만큼이나 운전자 차원의 배터리 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겨울에는 실내나 지하 주차장과 같은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주차하고 야외에 세워야 한다면 차의 앞부분을 햇빛이 드는 방향으로 두는 것이 좋다.
장기간 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주 1회 이상 시동을 걸어 최소 10분 정도 엔진을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철 권장 배터리 잔량은 20~80%다. 시동을 끄기 전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단말기 등 불필요한 전자기기의 전원을 차단하면 방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전 점검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선영 자동차안전연구원 원장은 "겨울철은 배터리 등 차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이 큰 시기인 만큼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차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