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 실생활 결제 수단으로 진입하고 있다. 올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기존 결제망에 블록체인을 이식하는 '결제 엔진 재편'에 착수했다. 편의점과 식당 등 실물 가맹점에서 코인이 현금처럼 실시간 정산되는 '통합 결제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최근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 신청했다.
이번 특허는 고객이 보유한 신용카드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지갑 주소를 연동해 별도의 카드 추가 발급 없이 디지털자산과 신용카드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결제 시에는 전자지갑에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잔액이 우선 적용되며 잔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신용카드 결제로 자동 처리된다.
해당 기술은 기존 카드 결제 구조를 유지하면서 디지털자산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상의 불편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통해 고객은 새로운 결제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추가 카드를 발급할 필요 없이 기존 카드 결제 경험과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지털자산을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특허는 고객이 디지털자산을 보다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라며 "향후 제도적 환경과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방향에서 활용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BC카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 코인베이스(CEO Bryan Armstrong)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의 국내 결제 도입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양사는 USDC를 보유한 고객이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베이스(Base) 체인 기반 월렛에 BC카드의 QR 결제 솔루션을 연동하는 실증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이를 통해 USDC 결제 편의성과 함께 Base 체인과 BC카드 결제 인프라 간 상호 운용성을 검증하고 국내 법·제도 환경에 부합하는 원화 정산 프로세스를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개별사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업계 공동의 대응도 본 궤도에 올랐다. 여신금융협회 주관으로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가 모두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2차 태스크포스(TF)'가 지난 7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됐다.
지난해 1차 TF가 시장 동향 점검에 주력했다면 이번 2차 TF는 2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정례회의를 열고 실제 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한 '실행 설계'를 진행한다. 가맹점 정산 방식의 구현과 거래 속도, 보안성, 단말기 연동성 등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실무 중심의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은행 주도형 컨소시엄'에 우선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조율 중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직접 발행보다는 결제·정산 인프라를 이미 보유한 업권으로서 '결제 인프라 제공자' 역할을 구체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초안이 발행 주체는 제한하더라도 결제 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는 카드사가 참여할 길이 열려 있다"며 "제도 시행 즉시 대응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 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