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3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미국발 고율 관세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두 회사 모두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EV)를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대차는 매출 46조7214억원(전년 동기 대비 8.8%), 영업이익 2조5373억원(–29.2%)을 기록했다. 기아는 매출 28조6861억원(8.2%), 영업이익 1조4622억원(–49.2%)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 모두 전세계 판매량 증가와 고부가차종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수입 완성차·부품에 부과된 25% 관세가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 현대차와 기아가 3분기에 부담한 관세 비용은 각각 1조8000억원,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북미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리며 관세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전세계 친환경차 판매는 25만2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가 16만1000대를 기록했다. 팰리세이드 HEV(하이브리드 전기차)·쏘나타 HEV 등 주력 차종이 판매를 이끌었다.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40% 이상 늘며 전체 판매 비중의 26%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대비 제조원가가 비슷하지만 판매단가가 높아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를 중심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함께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기존 전기차 전용 공장 설계를 변경해 HEV 생산라인을 추가함으로써 관세나 환율 등 외부 변수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기아도 미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확대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룹 전체로는 미국 내 현지 조달 비중을 확대하고 부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재편도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9과 인스터 출시로 EV 판매 비중을 22.1%(전년 11.4%)로 두 배가량 늘렸다. 기아는 EV3·EV5를 중심으로 전동화(내연기관 대신 전기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 이미지를 강화하며 EV4·PV5 투입도 검토중이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CBAM) 시행에 대비해 체코·슬로바키아 등 기존 생산거점을 고도화하고 부품 현지화를 확대해 비용 절감을 노린다. 현대차 유럽 판매의 49.3%, 기아는 46.0%가 친환경차로 전환됐다.
하이브리드 비중 확대와 관세 완화로 내년부터 양사의 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제 실적 반영 시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존에 없던 부담이 생긴 셈이라 당장 손익 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에서도 SUV와 픽업 등 신차를 투입해 외연 확장에 나섰다. 기아는 셀토스 완전변경 모델과 신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통해 신규 수요를 공략하고 현대차는 현지 조립 비중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도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넓히며 판매 기반을 강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