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현장에선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르며 침체된 경기를 더욱 위축시켰다. 정부는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대재해 처벌과 안전관리 규제를 대폭 강화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안전경영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쇄신에 나섰다.
지난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현장에선 교량이 붕괴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4월 포스코이앤씨의 광명 신안산선 현장에선 작업자 5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6월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현장의 중대재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사망사고가 연간 3명 이상 발생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최소 30억원) 부과를 추진했다.
국회에선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어졌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건설업체들은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하 영업정지와 매출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고강도 규제 기조에 건설업계의 경영 부담도 커졌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매우 공감한다"면서 "다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예측과 통제가 어려워 규제와 처벌 중심의 정책이 기업의 수주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에도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누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457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443명) 대비 14명 증가했다. 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411건에서 440건으로 증가했다.
건설업계는 규제와 함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등도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불법 하도급 구조 개선,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내국인 감소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R&D(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