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종민 의원(무소속·세종갑)이 최근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 부족 현상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얼마 전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정부와 기업이 미국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GPU 공급을 약속받으면서 AI 시대를 선도할 국가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치맥'을 함께하며 'AI 깐부' 결의를 다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으로 좇으며 국민들은 'AI 3강'의 꿈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부푼 희망을 가졌다.
젠슨 황의 발언도 한국이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APEC 공식 부대행사인 CEO 서밋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은 깊은 기술력, AI 전문성, 그리고 강력한 제조 기반을 갖췄다"며 ""한국은 이미 AI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불기둥을 세우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국민들 역시 크게 환호했다.
하지만 '국뽕'에 가려진 이면을 봐야한다. 젠슨 황의 평가처럼 한국은 강력한 기술력과 전문성, 제조 기반을 갖춘 국가이지만 이를 인재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는 디지털 전환, AI, 첨단제조 등 미래 성장산업의 핵심축이자 국가 경쟁력의 전략적 기반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내 이공계 인재들의 해외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이공계 인력 2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의 이공계 인력은 꾸준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로 2배 증가했고 순유출 규모도 2015년 이후 바이오와 ICT 등 첨단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이공계 주요 5개 대학 출신 인력이 순유출의 47.5%를 차지했다.
이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연봉 수준 등 금전적 요인(66.7%, 복수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연구생태계·네트워크(61.1%), 경력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 역시 적지 않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어 국내 첨단산업 분야의 근무여건 전반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AI를 기반으로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첨단산업 인재는 한국 경제와 안보를 떠받치는 기초 자산이다. 외국 인력으로는 이를 대체할 수 없다. 한국의 기술과 제조역량은 충분한데 이를 운용할 인재가 없다면 사실상 'AI 강국'의 꿈은 그저 듣기 좋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 발이라도 앞서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정책을 적극 모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려면 이공계 인재들이 원하는 적정한 보상 수준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근무환경과 지원책이 이뤄져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재를 키우는 것을 넘어 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을 만한 환경을 만드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공들여 육성한 양질의 인재가 애국심과 자부심을 갖고 한국의 기술혁신과 성장동력 강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