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노조법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대단히 회의적이다."(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기업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금 통과된 법률만으로는 불분명하다."(이동근 한국경영자총회 부회장)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 전문가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9월 국회 문턱을 넘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둘러싼 비판이 쏟아졌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노란색 월급봉투에 돈을 담아 모금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법안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법안 내부 표현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기업과 노동자 양측의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월30일 노란봉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고 다음 달 5일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용자 정의를 '실질적 지배력'으로 규정해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사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노란봉투법의 출발점이 쌍용차 노동자 손해배상 판결이었음에도 정쟁에 휘말리며 책임 제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정부는 시행령 입법을 통해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시행령만으로는 법 자체의 한계를 보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회도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기업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시행령이 법을 정교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은 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만큼 폐기보다는 정교한 후속 대책을 통해 노사 양측의 불만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국회노동포럼 연구책임위원인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서구을)과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비례대표)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법리와 법 체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문제점 개선과 대안 모색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입법 예고안 가운데 기업과 노동자 측이 주목하는 쟁점은 다르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교섭권 보장이지 원청 단위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 의제도 함께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성 판단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수개월씩 걸리던 판단을 20일로 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와 일부 법조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교섭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면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은 촉진되기는커녕 절차적 분쟁에 빠질 수 있다"며 "개정 노조법의 취지는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시행령이 노동자들이 20여 년간 싸워온 정신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은정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도입 초기 기업별 복수노조 설립 금지와 맞물려 필요성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단체교섭의 자유를 저해했다"며 "이 제도가 유지되는 한 노조법 2조 2호 후단의 사용자 개념 신설은 오히려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으로 보강하려는 부분이다.
박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며 폐지 가능성도 논의해야 한다"며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기업 내부에 한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 복수노조 문제에서 출발한 제도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