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인한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탈 가입자의 상당수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은 LG유플러스는 이탈자 흡수 비중이 20%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2일 누적 기준으로 국내 통신사 번호이동은 총 58만949건 발생했다. 이 기간 KT를 이탈한 가입자는 26만6782명에 달했다. 이 중 SK텔레콤이 17만2692명, LG유플러스가 6만145명, 알뜰폰(MVMO)이 3만3945명을 흡수했다.
마감 직전에도 가입자 쏠림 현상은 뚜렷했다. 위약금 면제를 하루 앞둔 어제 하루 동안 이뤄진 번호이동은 9만3804명에 달했다. 이중 SK텔레콤으로 3만2791명, LG유플러스로 1만1522명, 알뜰폰으로 6266명이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KT의 가입자 이탈을 막으려는 움직임과 이탈 가입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경쟁사의 전략이 맞물리면서 보조금 대란도 빚어졌다. KT는 해킹 사고 후속 조치로 총 45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내놓고 방어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14일 동안 이동통신서비스 해지를 원하는 전 고객에게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 잔류 고객에게는 6개월간 ▲월 100GB 추가 데이터 제공 ▲로밍 데이터 50% 추가 혜택 ▲OTT 서비스 2종 중 1개 무료 이용권 ▲커피·영화·베이커리 등 제휴 매장 멤버십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이탈 고객의 재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과거 SK텔레콤 사례처럼 해지 후 다시 돌아오는 고객에게 기존 장기 고객 혜택 쿠폰과 멤버십 등급을 복원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자 대부분이 SK텔레콤으로 향한 데에는 멤버십 원복 프로그램과 이탈자를 노린 적극적 마케팅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19일부터 7월 14일 사이 자사 가입을 해지했다가 재가입한 고객에게 해지 전 가입 연수와 T멤버십 등급을 원복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여기에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T멤버십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2만9000원 상당 쿠폰을 제공했다.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택하며 SK텔레콤과 대조적인 전략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각종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전에 나선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유치 혜택에 대해 "별도로 준비된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형 프로모션이나 이탈자 전용 특화 정책을 별도로 내놓지 않고 일부 대리점 차원의 제한적 프로모션에 그치며 보안·AI 강화와 내부 체질 개선을 통해 장기 충성 고객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을 '질적 성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비용 마케팅에 따르는 부담을 감안해 단순 가입자 수 확대보다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은 이른바 '고 ARPU' 고객 비중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춘 선택이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기보다는 내부 영업 전략을 통해 고ARPU 중심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마케팅 비용 고려했을 때 어떤 요금제와 어떤 고객군을 가져오느냐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