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재벌총수들, 다음 차례는

'3·5 법칙' 부활…누가 살고 누가 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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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벌총수의 불법 행위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재벌 봐주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재벌 총수들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어도 경제공로나 건강상의 이유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양형공식이 더 뚜렷해졌다.

이번 논란은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나란히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재점화됐다. 일명 ‘3·5 법칙’으로 불리는 이 처벌은 수년 전에도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에게 관행처럼 적용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놓고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동안 재벌총수에게도 예외 없이 철퇴를 가하던 사법부가 ‘3·5 법칙’을 다시 꺼내 들어서다. 현재 1심 결과에 대한 항소를 준비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대법원 선고공판을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재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월11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를 위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월11일 오후 파기환송심 선고를 위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재점화된 ‘3·5 법칙’ 관행

‘재벌 봐주기’ 논란의 부활을 알린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에 대한 판결은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다. 이들 재벌 총수의 경제건설 기여와 건강상태 악화는 이번 판결을 ‘3·5 법칙’으로 이끌었다.

우선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기소된 김 회장은 지난 2월11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의 이 같은 판결을 놓고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계의 이 같은 반응은 대법원이 파기환심한 사건임에도 형량이 양형기준보다 낮게 내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2년 8월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5부는 김 회장에 대한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을 집행유예로 낮췄다. 재판부는 “개인적인 이익을 숨기기 위해 저지르는 전형적인 범죄와 상당부분 거리가 있다”며 “그동안 경제건설에 기여한 공로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유지를 위해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면서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구자원 회장도 비슷한 이유로 형량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구 회장을 지난 2월11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형량을 조정했다.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경제건설 기여도와 건강상태 등이 구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의 주요 참작사유였다.

재판부는 “LIG그룹 총수로서 LIG건설에 대한 회생신청 사전 계획을 최종 승인하고 관련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무겁다”면서도 “허위 재무제표 작성 및 공시 관련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고 78세의 고령으로 2010년 간암수술을 받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참작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출두하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검찰에 출두하는 구자원 LIG그룹 회장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과거에도 ‘3·5 법칙’ 활개

이처럼 김 회장과 구 회장에 대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은 경제건설 기여와 건강상태 등의 조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과거에 이 같은 이유로 ‘3·5 법칙’이 적용된 재벌총수는 누가 있을까.

2008년 7월 11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정도가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면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고용창출 등을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3·5 법칙’의 울타리에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2007년 9월 정 회장을 풀어주며 “고령인데다 8400억원 규모의 개인 재산으로 사회공헌을 약속한 점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참작사유를 내놨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2012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다짐을 하는 등 개전의 노력이 보이는 점'이 판결문에 기재된 양형 사유다.

2004년 8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1심 선고도 ‘3·5 법칙’을 따랐다. 판결문에는 ‘산업과 교육 발전 공로’, ‘국민훈장 수상 경력’ 등이 양형 사유로 적혀있다.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박용성·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역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3·5 법칙’ 언제까지 갈까

이처럼 ‘3·5 법칙’ 관행이 최근 김 회장과 구 회장의 판결로 다시 부활하는 기미를 보이자 선고와 재판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들은 고무되는 분위기다. 이들 재벌기업은 앞서 ‘3·5 법칙’이 적용된 기업들이 갖춘 경제건설 기여와 재벌총수 건강상태 등의 조건을 적절하게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재벌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해당 기업들은 공익사업, 일자리 창출 등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탈세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2월14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신부전증과 신장이식수술로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또 CJ그룹은 지난해 6월18일 주요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비정규직 1만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수천억원대의 불법 비자금 사건이 벌어진 시점이다.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1월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의 실형이 유지됐다. 이에 SK그룹은 지난해 5월 5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최 회장의 대법원 선고공판은 다음달로 예정돼 있다. 앞선 ‘3·5 법칙’ 관행과 이를 따르는 조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후퇴하고 있는 재벌총수들에 대한 법 적용 잣대를 두고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경제건설에 이바지한 공로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고, 이 회장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건강상태 악화 등을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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