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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맹독성 제초제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살해했다. /제공=뉴스1 이상휼 기자 |
보험범죄 및 보험사기가 점차 잔혹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보험범죄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뾰족한 특단의 대처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일반사기와 구별해 보험범죄 특성에 맞는 형벌을 규정하는 법안 처리는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 보험범죄로 새는 돈 선량한 가입자 부담
40대 여성 노모씨가 전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의 사망으로 탄 보험금은 각각 4억5000만원과 5억3000만원. 두 남편의 사망보험금은 모두 미성년자인 아들들을 대리해 자신이 받았다. 노씨는 자신의 딸에게도 농약을 먹였다. 딸이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게 해 보험금 700만원을 타냈다. 그가 이렇게 가족에 농약을 먹여 받은 보험금은 총 10억원가량이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노씨는 보험금으로 고급 승용차, 주상복합아파트를 구입했다. 백화점에서는 하루 수백만원어치 쇼핑을 했다. 동호회 활동을 위해 2000만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매일 스키를 타러갔다.
이러한 보험범죄 및 사기로 새는 돈은 보험사의 경영 악화 뿐 아니라 보험제도의 원리에 따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보험연구원 연구결과 해마다 새는 보험금은 3조40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가구당 20만원, 보험 가입자 한 사람당 7만원의 보험료를 더 부담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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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 제공=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의 ‘2014년 상반기 허위·과다입원 보험사기’ 현황에서는 적발 규모만 320억원이다. 2년 전 15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보험사기도 늘었다. 지난해 보험사기는 7만7112건, 금액으로는 5190억원에 이른다. 최근 5년 동안 57%가 증가했다.
수법은 더욱 치밀하고 대담해졌다. 적발된 사람 중에는 일가족 4명이 103개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모두 1542일에 걸쳐 환자행세를 하며 16개 보험회사로부터 7억4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가벼운 병증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피해를 과장하는 식이다.
◆ 미적대는 법안처리
이에 따라 형법을 개정해 ‘보험사기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보험사기죄 신설’이 주내용인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백 의원은 “보험금 누수는 보험회사의 경영 악화뿐만 아니라 보험제도의 원리에 따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돼 이는 결국 선량한 전체 보험계약자의 피해를 초래하게 되고 결국 국가경제의 건전한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살인·방화 등 반인륜적이고 사회규범을 파괴하는 중범죄로 이어지는 비경제적 측면에서도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처벌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부연이다.
앞서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과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도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개정안과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을 내놨다. 그러나 모두 2년 가까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현행 형법에는 ‘보험 사기죄’가 없다. 보험범죄는 형법 347조에 따라 ‘사기죄’로 처벌된다.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수준이다. 실제로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업계는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나 범죄는 손해율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쳐 보험금 인상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보험가입자들”이라며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시급한데 정치권에서 내놓은 관련 법안이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